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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해. 내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너희 아버지 덕분인데.” 서승현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누가 자신에게 계속 도움을 줬는지 잘 알고 있다. 온유나와 온유희도 서승현은 자신의 딸로 여기고 이뻐했다. 온유나가 어렸을 적, 온태원이 바빠서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못할 때면 서승현이 대신 참석했었다. “유희가 돌아왔으니까 저희 가서 밥 먹어요. 밥 먹으면서 이야기해도 되잖아요.” 온유나의 말에는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온유나는 온유희가 그런 일들에 대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서승현도 바보가 아닌지라 언니로서 온유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먼저 밥 먹으러 가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여기로 오느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어.” 세 사람은 호텔 식당으로 향해 저녁 식사를 했다. 서승현은 아주 유쾌한 사람이라 온유희도 어렸을 적부터 그와 노는 것을 좋아했다. “아저씨, 이탈리아에 있을 때 부모님이나 언니는 별로 생각나지 않았는데 아저씨는 자주 생각났어요.” 온유희가 말했다. “나랑 같이 놀았던 기괴망측한 것들이 생각났어?” 서승현은 단번에 온유희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온유희는 민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제가 처음으로 나이를 상관하지 않게 만든 친구예요.” 서승현도 웃었다. “유희 너와 친구가 된 건 아저씨가 행운인 거지.” 저녁을 먹고 온유나는 서승현이 하룻밤 묵을 수 있도록 방을 예약했다. 며칠 동안의 조사를 통해 하은별이 저지른 일이 진실이라는 것이 대부분 밝혀졌다. 경운 예술대학은 하은별의 학위를 취소하고 재학 기간 동안 받았던 모든 상을 철회했다. 당시 주얼리 디자인과의 교수도 파직을 당해 조사를 받았다. 만약 조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도 직위가 파면될 것이다. 주얼리 디자인과의 교수는 졸업한 지 몇 해가 지난 학생들이 들고일어날 줄 몰랐을 것이다.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평안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교수는 결국 에상치 못한 순간에 낙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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