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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남진이가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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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차 안의 공기가 마치 응고된 것 같았다. 최서진은 아직도 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 온세라를 잡고 있던 손을 놓지 않았고, 차갑던 시선도 서서히 사라지며 눈빛은 그녀를 통해 다른 사람을 보는 듯했다. 온세라는 놀라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대표님,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최서진을 꿈에서 끄집어낸 듯했다. 눈앞의 여자를 보는 순간 최서진은 다시 냉랭한 모습으로 돌아와 차갑게 한마디 했다. “내려.” 온세라는 뭐라고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아 급히 캔버스 가방을 움켜쥐고 차에서 내렸다. 차가 병원 입구를 빠져나가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온세라는 방금 최서진에게 잡힌 손목이 아파 두어 번 움직여 부러지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이 남자는 꿈도 무섭게 꾸나 보네.’ 하지만... 방금 최서진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던 것 같았다. ‘라영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한편, 차를 몰고 병원을 떠난 최서진은 계속 멍해 있었다. 운전기사는 차를 몰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방금 또 악몽을 꿨어요?” 남자의 짙은 미간에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주름이 잡혀 표정이 냉혹하고 무서웠다. 지난번에 화재에 관한 꿈을 꾼 건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비록 몇 년 동안 기억하려고 애썼지만, 여전히 그녀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조금씩 옅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언제부턴가 최서진은 그녀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었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눈물로 흐려진 두 눈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똑똑히 보려고 할 때마다 꿈은 그 장면에서 뚝 그쳤다. 그런데 바로 방금, 온세라의 그 얼굴이 불바다 속의 그녀와 오버랩되었다. 이런 생각에 최서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등에 핏줄이 불끈 솟았은 채 마음속으로 한마디 했다. ‘온세라를 어떻게 라영이랑 비교해?’ “묘원으로 가." 뒷좌석에서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멍해진 운전기사는 사이드미러 속 최서진의 차가운 시선을 발견하고 핸들을 잡은 손이 살짝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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