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부엌에서 온세라가 과자를 접시에 담고 있는데 온미라가 갑자기 들어왔다.
“언니, 내가 도와줄게.”
온세라는 등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 온미라와 거리를 뒀다.
온미라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표정이야?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그래?”
[나한테 호의인 척할 필요 없어. 뉴스 일은 네가 한 거지?]
온세라는 비록 성질은 좋지만 일의 흐름을 잘 알고 있었다.
“네가 한 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야.”
온미라는 팔짱을 끼고 차갑게 웃으며 소리쳤다.
"이 일로 네가 최씨 가문에서 전혀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왜 떼를 쓰며 고생을 사서 하는 거야?”
온세라는 내색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최씨 가문에 시집온 건 너와 아버지가 계획한 거야.]
“그래, 맞아. 하지만 처음에는 최서진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는데. 지금 보니 아버지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아서 딸로서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 말은 아버지한테 해야지.]
온세라의 눈빛은 매우 확고했다. 온재혁이 그녀에게 최씨 가문을 떠나라고 하면, 그녀는 두말없이 가버릴 것이다.
외할머니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되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한시도 최씨 가문에서 조마조마하게 있고 싶지 않았다.
온미라는 오히려 오해하며 얼굴빛이 일순간에 굳어졌다.
“아빠를 핑계로 날 협박하는 거야? 네까짓게 뭔데? 아빠가 너를 최씨 가문으로 시집보내면 네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온세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온미라는 이게 무슨 논리지?’
‘외국에 가서 공부하더니 바보가 된 거야? 처음에 자기들이 최서진이 못생겼다고 싫어하면서도 최씨 가문에 의지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나를 몰래 이 불구덩이로 밀어 넣은 것인데, 인제 와서 또 내가 대단한 줄 아냐니, 대체 무슨 뜻이지?’
“온세라, 미리 말하는데, 최서진은 내가 가질 거야. 최씨 가문 작은 사모님 자리는 원래 내 것이니까. 너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나를 탓하지 마, 이번 일은 내가 봐준 거야!”
‘봐준 거라고?’
온세라는 온미라를 노려보며 뭐라고 반박하려다가 일을 크게 벌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내가 뭘 어쩌길 바라는 거야?]
“네가 직접 최서진에게 이혼을 제안하고 최씨 가문을 떠나.”
[말도 안 돼.]
온세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 온세라, 체육 선생님 그 일이 아니더라도 난 아직 너의 다른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
온세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듣기로는 기태하가 귀국했다고 하던데, 최서진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온미라의 눈빛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헛소리하지 마.]
그 이름이 나오자 온세라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졌고, 책상 모서리를 잡고 있던 손도 가늘게 떨렸다.
[나는 기태하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되었어.]
온미라가 그만두려고 하지 않자 온세라는 주먹을 불끈 쥐고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네가 굳이 이렇게 나온다면, 장담하는데 내가 떠나도 너는 최씨 가문에 들어갈 수 없을 거야.]
“뭐라고?”
온미라 앞에서 온세라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녹음했어?”
온미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줄곧 묵묵히 모든 걸 감내하던 온세라가 이런 수법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방금 그녀가 온세라를 위협한 말을 최서진이 듣는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체육 선생님'의 뉴스는 최씨 가문의 체면을 깎는 일이니 말이다.
[나는 너와 아무것도 다투고 싶지 않아. 아빠가 동의만 하신다면, 나는 즉시 최씨 가문을 떠날 거야. 그러니 나를 강요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