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신혼 첫날밤.
침대 옆에 앉은 온세라는 입안의 쓰림이 마음속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온미라는 얼굴이 망가진 최씨 가문의 큰 도련님에게 시집가기 싫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온세라에게 대신 시집가라고 하셨다.
그 후 그녀는 떳떳하지 못한 신부가 되어 결혼식도, 하객도 없이 최씨 가문에 시집갔다.
온씨 가문에 대해 그녀는 마음이 식었다.
삐걱...
문 여는 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 고개를 들어보다가 날카로운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최서진.
그녀의 현재 남편이다.
그는 늘씬하고 키가 크고 다부진 몸매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는데 꾹 다문 입술은 마치 독수리처럼 차갑고 도도하지만 기세가 등등했다.
원래 빼어난 미모가 이마에서 턱까지 이어진 흉터로 무참히 파괴되어 오히려 더 사나워 보였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 온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눈길을 피했다.
갑자기 최서진이 입을 열었다.
“넌 온미라가 아니야.”
눈앞의 여자는 온미라보다 분명히 더 예뻤다.
온세라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를 향해 몇 번 손짓하였다.
최서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 하는 거야?”
온세라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뒤늦게야 그가 자신의 수화를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들고 있던 종이와 펜을 꺼내 그에게 글을 적어 보였다.
곧 남자의 눈빛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온재혁 씨 무슨 뜻이지? 내가 원하는 건 온미라인 걸 알면서도 일부러 벙어리 사생아를 데려다 놓은 거야?”
'벙어리 사생아'라는 몇 글자에 온세라는 숨을 죽이고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
이어 턱을 치켜든 남자의 서늘한 목소리는 한겨울 고인 물처럼 차가웠다.
“온씨 가문은 내가 그렇게 쉽게 속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
온세라는 소매 속에 숨긴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가 이렇게 화가 났으니 그녀를 바로 쫓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외할머니의 치료비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온세라는 설명하고 싶었지만 남자의 차가운 눈빛에 숨이 막힐 뿐이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남자는 불쑥 입을 열었다.
“벗어.”
‘이건... 그냥 있어도 된다는 말인가?’
온세라는 기뻐하다가 순간 이어 닥칠 일을 생각하니 점점 긴장되고 손바닥에 땀이 났다.
최서진은 그녀가 머뭇거리자 물러서려는 줄 알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온씨 가문이 사람을 바꿔치기 한 건 매우 불만스러워. 하지만 이미 시집왔으니 아내의 의무를 다해야지.”
온세라는 입술을 깨물고 뻣뻣하게 옷을 벗었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참으며 누운 뒤 얼굴을 왼쪽으로 돌렸다.
귓가에선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여왔다.
“내 옷 좀 벗기라고. 목욕 시중도 들고.”
온세라의 새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은 온세라는 최서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온세라는 화가 조금 났다.
‘이렇게 놀리면 재미있나?’
최서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멍하니 뭐해?”
그녀는 화를 참고 천천히 다가가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바지를 벗길 차례가 되자 온세라는 몸을 웅크리고 앉다가 실수로 손가락으로 그의 몸을 긁었다.
남자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다가왔다.
“유혹하는 거야?”
온세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맑고 깨끗한 두 눈동자는 망연자실했다.
그녀를 노려보던 최서진은 문득 또 다른 맑고 깨끗한 눈이 떠올랐다.
그 두 눈을 망가뜨린 장본인이 온씨 가문이라는 생각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원래 오늘 밤은 너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네가 외로움을 못 참으니 내가 도와줄 수밖에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