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맙소사! 저 사람은 최 대표님의 아내야! 간통했구나!] [왜 부족한 것이 없는 대표님이 벙어리와 결혼했을까? 논리에 맞지 않아.] [예쁘긴 한데 남자가 얼마나 부족했으면 대머리 아저씨를 좋아했을까? 징그러워!] 눈에 거슬리는 댓글을 본 최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외투를 집어 들고 사무실을 나갔다. 그의 비서 맹효연은 뒤따라 나서며 사모님이 화를 당할 거라고 걱정했다. 얼마 후 마이바흐가 최씨 저택에 들어서더니 최서진이 방에 들어와 휴대폰을 온세라의 앞에 던졌다. 낮잠을 자고 있던 온세라는 최서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며 깨어나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클릭했다. 휴대폰을 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이 점차 어두워졌다. ‘누가 이 일들을 인터넷에 올렸을까?’ 고등학교 시절의 이 일들은 당시에 많은 사람이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내다가 왜 갑자기 다시 들추어 낸 건지 알 수 없었다. 머리 위로 차갑고 무거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온세라는 입술을 깨물고는 긴장한 표정을 짓더니 종이 위에 빠르게 적었다.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요.] 대머리 선생님의 저속한 고백이라든가, 자신이 선생님을 유혹했다든가 하는 그런 모욕적인 헛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최서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시연이 온미라와 함께 갑자기 방에 들어왔다. 소시연은 기세등등하게 다가와 온세라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염치없는 년! 최씨 가문이 너 때문에 망신당했어! 봐! 너에 관한 추잡한 일들이 온라인에 도배됐어!” 온미라는 소시연의 뒤에 선 채 온세라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고소해하며 걱정하는 척 말했다. “언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인터넷에 나타난 그 사람은 언니의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지? 왜 그런 추잡한 말을 해? 언니와 헤어진 거 보복하는 것이 아닐까?” 온미라는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 ‘헤어졌다’ 등 민감적인 단어에 일부러 힘을 줬다. 온세라는 고개를 돌려 온미라를 바라보며 적었다. [넌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내가 체육 선생님과 헤어졌다고 하는데 너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할 수 있어?] 이런 유언비어와 미신을 대수로워하지 않는 온미라는 일부러 억울한 척했다. “언니, 왜 그렇게 말해? 나는 언니가 걱정될 뿐이야.” 이런 온미라를 보며 배우가 되지 않는것이 아쉽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최서진을 바라보았다, 최서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고 있었다. [난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어요. 믿어주세요.] 소시연은 손가락으로 온세라를 가리켰다. “이 벙어리가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막 나가는 바람에 이런 결말을 보았어. 그런데도 감히 억울하다고 말할 염치가 있어? 너 오늘 최씨 가문에서 나가. 우리는 너처럼 파렴치한 여자를 원하지 않아!” 온세라는 해석해야 할 것은 다 해석했기에 소시연이 믿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최서진이 그녀를 믿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최서진만이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여 온세라는 줄곧 최서진의 눈치를 살폈다. 소시연은 그녀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동영상에서 다른 사람은 거론하지 않고 하필이면 너만 언급하는 거야? 이건 분명 너의 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니 변명하지 마! 이 일은 이미 네티즌에 퍼졌으니 우리 최씨 가문에서는 널 용납할 수 없어! 내가 모질다고 탓하지 마!” 소시연은 온세라를 힘껏 밀쳤다. 온세라는 그 힘에 휘청거리다가 겨우 몸을 가누었다. 온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최서진을 바라보았지만, 남자의 눈빛은 한없이 냉담했고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온세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