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기다림으로 인해 길게 느껴지는 여름 방학 중 피시방에서 있었던 일은 그저 일상의 한 조각에 불과했다.
수능 성적을 기다리는 동안 강원우가 만든 노래 시간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종합 차트 3위에 올랐다.
이 성과는 그를 단숨에 가장 주목받는 신예 아티스트로 만들었다.
수많은 음악계 거장이 졸업 시즌을 강타한 이 캠퍼스 포크송에 주목했고 이 신인이 계속해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봤다.
그러나 시간이 더 높은 순위를 노리던 순간 차트 1, 2위를 지키고 있는 두 곡이 맹렬한 저항을 보였다.
두 곡은 마치 새로운 활기를 얻은 듯 다운로드 수와 재생 횟수가 미친 듯이 치솟으며 시간이 1위를 차지할 기회를 철저히 막았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조작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강원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수능 성적 발표 전날, 강원우는 오석훈에게서 번 150만 원을 들고 배진호와 고경표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그리고 컴퓨터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고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서 집안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학원은 미래 지능이라는 곳으로 주로 프로그래밍과 IT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여기에는 수능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얻지 못한 학생들도 기술을 배워 좋은 직장을 얻고자 몰려들었다.
이곳의 원장이자 강사인 서용훈은 명주대학교 3학년생으로 강원우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놀랍게도 강원우는 컴퓨터 기술에서도 엄청난 재능을 보였다.
더군다나 열정적으로 공부한 덕분에 그는 금세 학원 내 최고 수강생이 되었다.
서용훈은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강원우의 실력을 인정한 그는 직접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하며 배당금도 주겠다고 했다.
서용훈은 밖에서 게임 치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실전 경험도 익힐 수 있고 돈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강원우는 흔쾌히 그의 제안에 응했다.
수능 성적 발표 당일 기온은 무려 38도까지 치솟았다.
숨이 막힐 듯한 더위 속에서도 수험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강원우 일행은 피시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성적을 확인하려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는 환호성을 질렀고 누군가는 절망에 빠졌다.
세 사람은 겨우 빈자리를 찾아 로그인을 시도했다.
그러나 화면에는 온통 버그만 떴다.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강원우 일행은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반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배진호가 먼저 로그인에 성공했다.
표준 점수로 국어 126점, 수학 138점, 영어 1등급, 과학 130점이었다.
성적을 확인한 배진호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강원우와 고경표도 그를 축하했다.
표준 점수가 항상 480점대를 넘나들던 배진호가 이번 수능에서 510점 대를 기록한 것이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배진호는 꽤 알아주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성적을 확인한 고경표도 흥분해서 벌떡 일어섰다.
“난 어느 정도로 나왔을까? 오! 나도 됐다. 국어, 116점, 수학 140점, 영어 1등급, 과학 125점으로 토탈 500점이야.”
그는 평소 실력을 그대로 발휘했다.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여전히 새로고침 중인 강원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원우의 화면은 여전히 오류투성이였다.
그때 배진호와 고경표의 핸드폰이 울렸고 부모님이 빨리 성적을 보고하라고 재촉했다.
“강원우, 우리 먼저 갈게. 좋은 소식 나오면 바로 연락해.”
그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진호와 고경표가 앉았던 자리에 두 명의 예쁜 여학생이 앉았다.
두 사람 역시 수능 성적을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강원우보다 훨씬 운이 좋았다.
아직 성적을 확인하지 못한 강원우의 귓가로 두 사람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소연아. 550점이라니 정말 대박이다!”
그녀의 놀란 외침에 피시방 전체가 들썩였다.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와, 정말 550점이잖아? 부럽다. 내 점수도 저러면 얼마나 좋을까?”
“전국 상위 10개 대학도 무난히 합격하겠네.”
“너무 부럽다.”
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그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강원우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성적 확인에만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본 여학생은 왠지 기분이 상했다.
‘흥, 공부 못하는 놈이겠지. 성적이 형편없으니까 시스템도 무시하는 거 아니야?’
여학생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속의 불만을 잠재웠다.
불행하게도 여학생을 향하던 시선은 강원우에게 돌려졌고 곧이어 그를 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멍청한 놈은 30분째 새로고침만 하네.”
“아예 성적 확인할 용기도 없는 거 아냐?”
“100점도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에이, 그래도 100점은 나오겠지.”
주변 사람들은 강원우를 놀려대면서도 동시에 수재 여학생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사람들이 흩어졌고 결국 그 자리에는 수재 여학생과 그녀의 친구만이 남아 있었다.
마침내 그녀의 친구도 자신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점 490점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이었다.
그때 강원우의 컴퓨터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며 그의 성적도 공개되었다.
국어 140점, 수학 145점, 영어 1등급, 과학 145점으로 570점 대를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적 옆에 선명하게 표시된 전국 1등이라는 글자였다.
강진시의 이과 수석이 조용히 탄생했다.
강원우는 감격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마침내 그는 올해 대학입시에서 가장 큰 이변을 일으킨 전설적인 다크호스가 된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있었더라도 실제로 성적을 확인하는 순간까지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모든 부담이 사라졌다.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피시방을 나섰다. 마치 온 세상이 그를 향해 환호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편 수재 여학생과 그녀의 친구도 강원우의 성적을 확인하고 말았다.
그들은 강원우의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 엄청난 점수와 전국 1등이라는 순위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볐다.
그리고 잠시 후 피시방 안에 한 여학생의 경악 어린 외침이 울려 퍼졌다.
“세상에. 우리 지역에서 수능 전국 수석이 나왔다고?”
그 외침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바로 옆에 있던 친구가 그녀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왔고 곧이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강원우의 화면을 보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