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주하준은 자꾸만 떠나기 전에 자기를 바라보던 진여정의 눈빛이 아른거렸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는 잔잔한 그 눈빛은 마치 진여정에게 그는 더는 중요한 사람이 아닌 낯선 사람 같았다. 주하준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곧장 밖으로 나가려다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송민하와 마주쳤다. “오빠.” 송민하는 여전히 연약하고 조심스러운 표정이었다. 똘망똘망한 그녀의 눈은 항상 이슬을 머금은 듯 촉촉해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는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오빠 술은 왜 또 이렇게 많이 마셨어? 내일 또 머리 아플 거잖아.” 송민하는 주하준의 팔짱을 끼며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했다. 뭔가 말하려던 주하준은 익숙한 향수 냄새를 맡고 밀쳐내려던 손을 멈췄다. “향이 좋은데?” 갑자기 부드러워진 주하준의 목소리에 송민하는 쑥스럽고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 그 브랜드야?” 송민하는 표정이 살짝 굳어졌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같은 거야.”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원망이 천천히 싹트고 있었다. 이 향수는 진여정의 화장대에서 가져온 것이다. 비록 하나같이 개봉하지 않은 고가 브랜드였지만 주하준은 이 향기만 좋아해 그녀는 결국 버리지 않았다. 다른 향수도 뿌려봤지만 때 주하준이 늘 불쾌한 표정을 지었기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억지로 이 향수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가 좋다면 됐어. 오빠가 원하면 앞으로도 매일 이것만 뿌릴게.” 송민하는 고개를 들어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매혹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주하준의 안색이 갑자기 바뀌더니 손을 들어 힘껏 그녀를 밀어냈다. “오빠!” 송민하도 어리둥절했고 함께 있던 친구들도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랐다. “송민하.” 주하준은 무뚝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지만 지금 극도로 화가 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오빠 대체 왜 이래?” 송민하는 다시 그의 팔에 매달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