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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그가 다시 돌아올 줄 몰랐던 노은정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옆에 나은조가 있었기에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둘러댔다. “은조가 이혼한대.” 나은조는 두 사람의 표정을 번갈아보다가 눈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이혼하려고요. 이미 이혼절차 밟고 있어요.” 강윤빈과 노은정은 관계가 친밀하다고 할 수 없었기에 그녀의 친구들과 딱히 접점이 없었다. 나은조와는 몇번 지나가다가 마주친 적은 없지만 그녀의 가정 상황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인상을 약간 찌푸리며 물었다. “이혼하는데 왜 먼저 저를 안 찾았어요?”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나은조는 당황한 듯, 시선을 회피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본 노은정은 다급히 말했다. “당신 최근에 여동생 사건 때문에 바빴잖아. 괜히 바쁜 사람 힘들게 할 것 같아서 내가 얘기 안 했어.” 유세정 얘기가 나오자 강윤빈은 찔리는 게 있어서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럼 앞으로 뭔가 문제라도 생기면 저한테 연락해요.” 대충 둘러대고 상황을 넘겼지만 노은정은 생각처럼 개운하지 않았다. 강윤빈의 동물적인 감각과 직업 습관을 놓고 봤을 때, 이런 일이 자주 생긴다면 그의 의심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았다. 유독 유세정과 관련된 일에서만 그는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고 모든 걸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랑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노은정은 그를 보며 알 것 같았다. 그녀는 핸드폰 위에서 재빨리 움직이는 그의 손가락과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이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습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속으로 열쯤 셋을 때, 아니나 다를까, 그는 핑계를 대고 일어섰다. “로펌에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언제 퇴원이야? 그때 데리러올게.” 새빨간 거짓말이고 지키지 못할 약속인 걸 알지만 노은정은 놀랍게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5일 후에 퇴원하래.” 퇴원하는 날, 노은정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다렸지만 강윤빈은 병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SNS에 접속해 보니 유세정이 바닷가 사진을 업로드한 게 보였다. 그녀는 뭔가 알 것 같아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뭐라고 묻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그녀의 짐작이 맞았음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강윤빈은 아무렇지도 않게 습관처럼 거짓말을 했다. “나 지금 지방 출장 중이야. 무슨 일 있어?” 역시나, 퇴원하는 날 데리러 온다는 약속은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더 반복돼도 그는 언제나 확고하게 유세정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노은정은 항상 그가 유세정에게 거절당한 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에 불과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는 이미 꿈에서 깨어났고 더 이상 바보처럼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노은정은 퇴원날짜를 상기시키지도, 그의 거짓말을 구태여 까발리지도 않고 평소처럼 담담하게 안부의 말을 전했다. “언제 갔어? 지방엔 며칠 있을 거야?” “그제 도착했어. 내일 집에 도착할 거야.” 노은정은 오는 길에 운전 조심하라는 말만 남긴 뒤에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가서 콜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에 핸드폰으로 며칠 남았는지 날짜를 셌다. 열흘. 이제 열흘만 있으면 이런 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녀는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 마당에 퇴원하는 날 남편이 데리러 안 왔다고 뭐 문제가 될 게 있을까? 신경 쓸 이유도, 속상할 이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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