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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차가운 밤바람이 차창을 통해 들어오자 긴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흩날렸다. 돌아가는 길, 노은정의 머릿속에서는 연인처럼 꼭 붙어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을 지울 수 없었다. 너무 여러 번 실망한 탓인지, 예전처럼 심장이 아픈 느낌은 들지 않고 무거운 피로감만 남았다. 30일의 숙려기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녀는 건조한 눈가를 어루만지다가 전방에서 불법 후진하는 차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박았다. 거대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다리는 찌그러진 차문에 끼어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순식간에 노은정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오듯 흘렀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구급차를 호출했다. 응급실에 실려간 후, 일련의 검사를 마친 의료진은 치명상은 아니지만 봉합수술을 진행해야 하기에 그녀에게 가족 연락처를 물었다. 노은정의 친정 부모님은 지방에 계셨기에 그녀는 강윤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열 통이 넘게 전화를 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아마 동료들이랑 첫사랑이랑 술집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노은정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내렸다. 옆에 있던 간호사가 그런 그녀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남편분이 못 오는 상황인가요?” 노은정은 고개를 젓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미 이혼서에 사인했고 열흘만 있으면 완전히 남남이에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간호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지금은 숙려기간이잖아요. 와서 잠깐 사인이라도 하고 가라고 해요.” 지나간 3년의 결혼생활을 떠올리자 노은정의 마음은 비애밖에 남은 게 없었다. 그와 밥 한끼 먹기 위해 무수히 많은 밤을 기다렸지만 결국엔 야근이 있어 못 돌아간다는 답장만 받은 날. 그와 공통화제를 찾기 위해 틈틈이 법률을 공부했지만 그의 문외한이라는 한 마디에 자신감을 잃고 몰래 울었던 날. 그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생일 이벤트를 정성껏 준비했지만 그의 피곤해서 자야겠다는 한마디에 홀로 전장을 청소해야만 했던 날.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관계에서 노력하고 다가간 쪽은 그녀뿐이었다. 과거의 모든 사건들이 그는 그녀에게 한 번도 사랑을 준 적이 없다는 것을 설명했다. 오늘도 결국 강윤빈은 오지 않을 것이다. 노은정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연락도 안 되는 남편을 억지로 불러낸 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녀의 한탄을 들은 간호사는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친구라도 불러요.” 이어지는 며칠 동안은 나은조가 병원에 와서 그녀를 간호했다. 강윤빈은 닷새가 지난 후에야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사고를 당했는데 왜 나한텐 말 한마디 안 했어?” 뭔가 해명이라도 하려던 노은정은 고개를 들고 그의 얼굴을 보자 그날 걸었던 열몇 통의 전화가 떠올라 하고 싶었던 말을 도로 삼켰다.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담담히 말했다. “당신 바쁘잖아. 이런 사소한 일로 일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그 말을 들은 강윤빈은 약간의 죄책감이 들어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해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날 세정이와는 우연히 만난 거야. 오해하지 마.” “여동생 이혼 절차는 잘 마무리됐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강윤빈의 눈가에 살짝 당황함이 스쳤지만 이내 솔직히 대답했다. “응, 잘 마무리됐어. 이혼했어.” 노은정의 입가에서 미소가 진해졌다. 그녀는 낮게 가라앉은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축하해. 내 일도 그렇게 순조로웠으면 좋겠네.” 강윤빈이 말 속에 숨은 뜻을 몰라 되물으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복도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30분 후, 다시 돌아온 그는 살짝 열린 병실문 틈으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 지금은 숙려기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수밖에. 아직 15일 남으면 완전히 해방인 거야.” 그는 갑자기 엄 변에게서 받았던 재산분할 협의서가 떠올라 가슴이 철렁해서 문을 열었다. “이혼 숙려기간? 누가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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