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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노은정이 떠난지 일주일, 강윤빈은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비극 앞에 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이혼 숙려기간이 끝났지만 아직 해야 할 절차는 남아 있었다. 이혼서류에 확인 도장을 찍건, 이혼소송을 하건 노은정은 돌아와야만 했다. 상황파악이 된 강윤빈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휴가계를 미리 취소하고 로펌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엄 변호사를 찾았다. 며칠 동안 그들 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말을 날라주었던 엄 변호사는 초췌하게 말라버린 동료를 보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위로의 말을 건네려는데 강윤빈이 먼저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엄 변, 그 여자한테 전해줘. 이혼 동의한다고. 그러니까 돌아와서 서류에 확인 도장을 찍자고 해.” 그 말을 들은 엄 변호사는 하마터면 입에 물고 있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이렇게 쉽게 동의한다고? 좀 더 말려보지 그래? 그래도 3년을 함께한 부부잖아!” “나와의 소통은 전면 거부하고 있는데 나라고 무슨 방법이 있겠어? 그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그렇다고 법정까지 갈 수는 없잖아.” 그 말을 들은 엄 변호사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그대로 노은정 씨한테 전할게. 강 변, 너무 상심하지는 마.” 강윤빈은 더 이상의 말없이 뒤돌아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는 의자에 기댄 채, 긴장을 풀고 머릿속으로 해야 할 일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이혼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엄 변호사한테 한 말은 단지 노은정을 만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녀가 경북으로 돌아만 온다면 그에게도 해명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를 10년이나 좋아했던 사람이니 오해만 풀린다면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엄 변호사의 문자가 도착했을 때, 노은정은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그녀는 세 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이미 이혼의 아픔을 천천히 잊어가고 있었다. 강윤빈이 이혼에 동의했다는 문자에 그녀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어제까지 그녀에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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