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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경북을 떠난 후, 노은정은 KTX역으로 가서 아무 곳이나 선택해서 표를 구매했다. 그렇게 이혼하고 첫 여행을 시작했다. 첫 날, 그녀는 남해바다를 찾았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공기마저 습습했다. 그녀는 캐리어를 들고 완전히 낯선 도시인 용안시에 도착했다. 경북의 빠른 생활리듬과는 다르게 시골 도시인 이곳은 뭐든지 느리게 흘러갔다. 그녀는 호텔에 짐을 맡긴 후에 정처 없는 여정을 시작했다. 구멍가게에 들러 순댓국을 하나 시킨 왁자지껄한 사람들 틈에 앉아 뜨거운 국물을 한모금 들이켜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핸드폰 문자 알림이 도착했다. 새로 개통한 카톡에 연락처가 몇 없었기에 그녀는 바로 핸드폰을 펼쳤다. 엄 변호사에게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제수씨, 이혼하실 거면 남편이 누군지 나한테 미리 먼저 말해주지 그랬어요? 강 변이 연락처를 달라고 하도 졸라서 얼마나 난감한지 몰라요. 내 사무실에 쳐들어와서 진상을 부리고 갔다니까요? 강 변이 할 말이 있다면서 편지 한 통 보냈으니까 한번 읽어봐요.” 강윤빈의 분노는 그녀가 예상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가 편지를 썼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기는 했다. 파일을 열자 빼곡히 쓴 글자들과 함께 하단의 글자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려 8천자. 이혼 한번 하는데 8천자나 되는 편지를 쓰다니. 설마 온갖 욕을 써놓은 것은 아니겠지? 순조롭게 이혼한 사실에 기분이 좋았던 노은정은 더 이상 심기를 어지럽히는 것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단호하게 파일을 닫고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한 뒤에 다시 수저를 들었다. 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홀로 야시장을 돌며 간식들을 사먹기 시작했다. 복잡했던 심경도 맛있는 음식 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밤이 되어 호텔로 돌아온 그녀는 엄 변호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파일을 돌려보냈다. 파일을 받은 강윤빈은 그제야 숨이 트일 것 같았다. 부푼 기대를 안고 파일을 열었을 때, 그는 실망하고 말았다. “너무 길어서 안 읽었어. 이미 끝난 사이니까 더 이상 내 삶을 방해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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