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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어쩌면 병원에서 했던 말이 효력이 있었는지 박시언 부자는 더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 하긴 우예린도 그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녀가 지금 신경 쓰고 있는 것은 강기훈과의 결혼식이고 강기훈 역시 인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을 온 마음을 다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파리의 유명한 웨딩 디자이너들을 강씨 저택으로 초대해 그녀를 위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드레스를 디자인했는데 드레스의 스타일부터 소재까지 열 명도 넘는 디자이너들이 그녀와 반나절을 논의한 끝에 겨우 결정되었다. 우예린이 하품을 하자 강기훈이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살짝 감싸고 물었다. “졸려?” 우예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요.” 결혼식 준비로 힘들긴 했지만 그녀는 눈에 띄게 행복해 보였다. 무엇보다 그녀의 곁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일요일, 두 사람은 아이를 안고 반지를 맞추러 갔다가 신혼선물로 강유안을 위한 팔찌도 하나 맞추기로 했다. 간만에 날씨가 좋아 그들은 걸어서 거리로 나섰다. 한참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우예린 얼굴의 미소가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간 강기훈은 박시언과 그의 아들 박승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쩌면 맑은 날씨 덕분에 박시언은 의사의 조언대로 박승윤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모양이었다. 그러다 아름다운 거리의 풍경에 취해 점점 더 멀리 나왔다가 마침 우예린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 “예린아...” “엄마...” 두 부자는 깊은 죄책감이 담긴 목소리로 우예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지만 우예린은 그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매정하게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때, 뜻밖의 사고가 발생했다. 자동차가 한 대가 갑자기 방향을 잃고 돌진해 왔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녀를 향하던 차가 어찌 된 일인지 갑자기 뒤쪽으로 향해 돌진했다. 아이! 우예린은 순식간에 박시언과 박승윤을 지나쳐 강기훈과 강유안을 밀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조심해요!” 세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박시언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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