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장

“시스템, 미션 세계 탈출을 신청한다.” 소환된 시스템이 곧바로 나타났다. “숙주님, 신청이 승인되었습니다. 보름의 시간을 드릴 테니 이 세계의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하십시오.” 이 말을 끝으로 시스템은 그녀 앞에서 다시 사라졌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은 우예린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탁자 위에 놓인 가족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 그녀의 남편과 아들은 애정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의 두 볼에 입을 맞추고 있었는데 이런 행복한 장면은 그녀를 순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우예린이 공략자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모른다. 10년 전, 그녀는 시스템에 의해 경진시의 태자라 불리는 박시언을 공략하라는 임무를 받고 이 세계로 오게 되었다. 10년 동안 두 사람은 캠퍼스에서 예식장으로 들어서며 그녀의 미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었으나 그녀는 공략 대상인 박시언을 사랑하게 되었다. 시스템이 미션 세계를 떠나 현실로 돌아갈 여부를 묻는 순간,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그녀를 죽도록 사랑하는 박시언이 자기가 없어진 세상에서 그가 어떻게 살아갈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여 그녀는 미션 세계를 떠나는 것을 잠시 미루고 이곳에 남아 박시언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걸 선택했다. 박시언은 그녀를 죽을 만큼 사랑했다. 수십억도 넘는 보석을 그녀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사주었고 매일 저녁 7시 이전에는 반드시 집에 돌아왔으며 아침 인사와 저녁 인사를 대신한 키스는 한 번도 빼먹은 적 없고 밖에 나가서도 앉으나 서나 ‘우리 집사람’을 입에 담고 살았다. 그리고 그녀가 난산으로 삶과 죽음을 오갈 때, 그는 눈시울을 붉힌 채 수술실 밖에서 밤을 새웠고 매번 극도로 떨리는 손으로 위독 통지서에 서명했으며 만약 그녀가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면 본인 또한 그녀를 따라갈 것이라는 유언장까지 남겼다. 그녀는 나흘만에야 의식을 되찾았는데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병상 옆에 무릎을 꿇은 채 그녀의 손을 잡고 슬프게 흐느끼는 박시언의 모습이었다. “낳지 말자. 더는 낳지 말자. 응? 예린아, 아이 따윈 필요 없어. 난 너만 있으면 돼.” 그는 그녀의 산고를 깊이 헤아렸기에 산후조리 기간 수조 원의 프로젝트도 포기하고 하루 종일 그녀와 아이 곁을 맴돌았다. 결국 아들 박승윤도 박시언의 영향을 받아 그녀에게 지극히 애교스러운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 매일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그녀에게 달려와 볼에 입맞춤하며 오늘 하루 유치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기도 하고 또 밤이 되면 아빠와 함께 각각 그녀의 양옆에 누워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박시언은 매일 그녀에게 꽃다발을 선물했고 박승윤 역시 아빠를 따라 매일 그녀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를 지극히 사랑했던 이들 부자는 5년 뒤 그녀 몰래 여비서와 함께 다른 가정을 꾸렸다. 그녀의 남편은 강지민을 위해 하동캐슬에 별장 한 채를 마련해주었는데 집문서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으며 이들은 밤낮으로 이곳에서 밀회를 이어왔다. 그녀의 아들은 강지민을 만나러 갈 때마다 선물을 들고 갔고 그녀의 뺨에 입맞춤하며 ‘난 지민 아줌마가 제일 좋아!’라고 속삭였다. 심지어 수많은 밤,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 강지민에게 몰래 다녀오기도 했다. 영원히 지킬 줄 알았던 맹세는 한순간 꺼진 등불처럼 사라졌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우예린은 더는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고 이들 부자에 대한 미련도 사라져 버렸다. 우예린은 눈가의 눈물을 닦고 탁자 위의 가족사진을 엎어버린 뒤 2층으로 올라가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이들 부자가 지난 몇 년간 그녀에게 준 물건들을 모두 정리해 두 개의 큰 박스에 가득 담았다. 모든 물건을 다 챙기고 나니 별장은 마치 그녀의 지난 5년간의 결혼 생활처럼 공허하게 변해버렸다. 두 개의 박스를 현관으로 옮기자마자 예약했던 택배 기사가 도착했고 우예린은 강지민의 집 주소를 택배 기사에게 알려주고 말했다. “이 물건들은 2주 뒤에 이 주소로 보내 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전해주세요.” “이 물건들 전부 너한테 줄게. 그리고 내 남편과 아이 역시 너에게 줄게.” “예린아. 뭘 준다는 거야?” 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박시언과 박승윤이 현관에 서 있었는데 손에는 막 봉오리가 맺힌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이전 챕터
1/25다음 챕터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