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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김시아의 머릿속에는 왠지 모르게 남자의 매력적인 웃는 얼굴이 떠올라 가늘고 긴 속눈썹을 가볍게 떨며 하얀 손가락으로 동의를 눌렀다. [조심히 가고, 집에 도착하면 오빠한테 말해.] ‘누가 오빠라는 거지?’ 김시아는 답장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차 안. 진우주는 답장 없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는데 나른한 모습이 보는 사람을 유혹했다. ‘정말 시크하네.’ 성주원은 백미러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다가 마침내 깨닫고 속으로 감탄헀다. 도련님이 방금 그 소녀의 연기에 협조한 이유는 바로 그녀의 연락처를 얻기 위해서였다. ‘쯧쯧, 도련님 정말 간사하고 교활해. 이렇게 순진한 여자애를 속이다니. 하지만 도련님이 누구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설마 아까 그 아가씨가 마음에 들었단 말인가?’ 성주원은 생각할수록 자신의 추측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방금 그 소녀의 나이는 겨우 열여덟 살 정도 되어 보였다. ‘하지만 도련님은 전에 열여덟 살짜리 소녀와 결혼 하는 건 짐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쯧쯧, 도련님 이번엔 제대로 걸렸군.’ ... 이튿날 이른 아침. “큰아버지, 큰어머니, 이렇게 늦었는데 언니 아직 안 깼어요?” 김시아가 막 침실을 나서자, 아래층에서 교태를 부리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수면 질이 너무 좋아요.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잠이 안 올까 걱정했는데 언니가 이렇게 잘 적응할 줄은 몰랐어요.” 이 말 속에 다른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느낌에 김시아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길고 곧은 두 다리를 옮겨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방해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줬어. 시아가 어제 돌아왔으니 좀 더 쉬어도 괜찮아.” 심수정은 부드럽게 말하다가 위층에서 내려온 김시아를 보자 창백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시아야, 일어났구나. 빨리 엄마 곁으로 와.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아줌마더러 모든 맛을 하나씩 만들라고 했어. 시아야, 어느 요리가 맛있는지 먹어봐.” 김준수도 얼른 마중 나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그래, 시아야, 자, 어서 앉아서 아침을 먹어.” 두 사람의 관심은 온통 김시아에게 쏠려 있었고, 옆에 있던 김유미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심수정과 김준수가 김시아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유미의 눈에 순간 질투의 빛이 스쳤다. 그녀는 비록 첩의 자식이지만 그녀의 부모가 죽은 후 김준수와 심수정이 곁에 데려와 키웠다. 그들은 김유미를 친딸처럼 예뻐했고, 집안의 다섯 오빠도 그녀에게 순종했으며 모두의 사랑은 전부 그녀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김시아가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심수정과 김준수의 사랑을 나누었다. 앞으로도 그녀는 오빠들의 사랑을 빼앗을 것이고 집에서 유일하게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김유미는 원망스러운 눈빛을 지은 채 입술을 깨물었다. ‘김시아는 왜 밖에서 죽지 않고 이렇게 돌아와 나에게서 모든 걸 빼앗으려 하는 거지?’ 그녀는 억지로 마음속의 질투를 억누르고 온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언니, 집에 온 걸 환영해. 지난 몇 년 동안 밖에서 지내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이 말을 들은 김준수와 심수정은 그제야 김유미를 떠올리며 급히 김시아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시아야, 여기는 김유미인데 너의 사촌 여동생이야.” 김시아의 작고 하얀 얼굴을 보고 있던 김유미의 눈에는 질투의 빛이 더욱 짙어졌지만, 얼굴에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니, 원래 어제 집사를 따라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고향에 할아버지를 돌봐드리러 갔었어. 그래서 언니를 데리러 가지 못한 거니 나한테 화내지 마.” 김진섭은 건강하시지만 김유미는 이런 핑계를 대고 시골에 가서 촌뜨기를 맞이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유미야, 걱정하지 마. 시아는 너에게 화내지 않을 거야.” “그럼 됐어요.” 김유미는 얼굴에 거짓 웃음을 띠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언니, 앞으로 우리가 친하게 지내. 사이 좋은 자매가 되기를 바랄게.” 김시아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덤덤하게 ‘어’한마디로 대답을 대신했다. 김유미는 살짝 표정이 굳어지더니 난감한 듯 손을 거두며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 시골에서 온 촌뜨기가 감히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수정과 김준수는 이런 작은 이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됐어, 말만 하지 말고. 시아야, 너 빨리 앉아서 아침을 먹어. 배고프겠다.” “맞아, 시아야, 아빠가 달걀을 까줄게!” 그들의 관심이 다시 김시아에게 쏠리는 것을 본 김유미는 눈빛을 반짝이더니 갑자기 소리를 내어 그들의 관심을 빼앗았다. “참, 큰아버지, 큰어머니, 좋은 소식 하나 전할게요. 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제가 일등을 했어요!” 이 말이 끝나자 심수정과 김준수는 그제야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여 웃으며 칭찬하였다. “1등을 했어? 유미야, 너 정말 대단하구나.” “올해 콩쿠르는 매우 엄격하다던데. 유미야, 네가 1등을 할 수 있을 만큼 재능이 있다는 말이야. 앞으로 청음 대사와 같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을 거야.” ‘청음?’ 김시아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득의만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김유미를 힐끗 보았다. 올해 피아노 콩쿠르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평범해 1등을 해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기는 쉽지 않다. 칭찬을 받은 김유미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흐뭇한 눈빛으로 김시아에게 다가왔다. “참, 언니, 피아노 칠 줄 알아...” 그러던 김유미는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듯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언니. 까먹었어. 언니는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랐으니까 피아노도 못 봤을 텐데...” 심수정과 김준수는 그 말이 자랑처럼 들렸지만 다른 생각 없이 유미가 착한 아이이니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닐 거로 생각했다. 만약 오래전 그날 누군가 시아를 데려가지 않았더라면 시아도 반드시 피아노를 칠 수 있었을 것이다. 심수정과 김준수는 양심의 가책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반드시 시아를 두 배로 예뻐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해야만 그녀가 지난 몇 년 동안 밖에서 겪은 고통을 보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괜찮아, 네가 피아노를 좋아한다면 엄마 아빠가 당장 최고의 선생님을 불러서 가르쳐 줄 거야.” “아니에요.” 김시아는 담담한 어조로 소리 내어 거절했다. 그들이 선생님을 모셔와도 누가 누구를 가르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유미의 눈에 득의양양함이 더욱 깊어졌다. ‘역시 시골에서 자란 촌뜨기야. 최고의 선생님을 불러 가르친다고 해도 전혀 알아듣지 못할걸.’ 그녀와는 비교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언니, 피아노 못 쳐도 괜찮아. 나중에 내가 피아노 가르쳐 줄 수 있으니까 열등감 느끼지 마...” “내가 못 친다고 누가 그랬어?” 김시아는 물결치는 듯한 눈빛으로 여우 같은 김유미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피아노를 칠 줄 안다고?’ 김유미는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웃겨. 시골 촌뜨기가 감히 피아노를 칠 줄 안다고? 정말 웃겨 죽겠네.’ “언니 피아노 칠 줄 아는구나!” 김유미는 웃고 있지만 말투는 도발적인 느낌이 짙었다. “우리한테 한 곡 쳐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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