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장

“젠장, 빨리 쫓아가!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 그때 검은 그림자가 룸에서 뛰쳐나왔다. 칩을 품속에 챙겨 넣는 김시아의 정교하고 하얀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보스, 왼편으로 가요, 저 자식들이 곧 쫓아 올 거예요!” 이어폰에서는 강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긴 속눈썹에 가려진 눈동자에서 차가운 빛이 반짝이며 김시아는 서슴없이 왼쪽으로 달려갔다. 조직에서 가져간 그 칩은 하성우가 돌아가기 전에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것이다. 그 후 이 칩은 암거래 시장에 유입됐고 김시아가 한 걸음 늦게 가는 바람에 조직에서 손에 넣게 되었다. 조직은 이익을 얻기 위해 이 칩을 해외로 팔아넘기려 했는데 이러면 동국의 칩 제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김시아가 칩을 빼앗아 직접 가지고 있어야 가장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김시아의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순조롭게 칩을 손에 넣었지만 조직에서는 칩을 빼앗긴 것이 달갑지 않아 끈질기게 쫓아 나섰다. “앞은 막다른 골목이야.” 김시아는 예쁜 눈을 가늘게 뜨며 냉랭하게 말했다. “아, 이런...” 이어폰에서는 강진의 당황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막다른 길이라니, 이럴 리가?” 바보같은 동료의 판단에 김시아는 혀를 내두르며 가볍게 ‘쩝’ 소리를 냈다. ‘젠장, 이 자식을 반쯤 죽여주고 싶어.’ 이제 반대편으로 달려가기엔 늦었기에 김시아는 망설임 없이 입고 있던 외투와 모자를 모두 벗어 쓰레기통에 던지고 묶었던 머리를 풀었다. 어깨에 늘어뜨린 비단결 같은 긴 머리카락 덕에 이목구비가 더욱 정교하고 화사해 보여 보는 사람의 넋을 빼앗을 것 같았다. “바로 앞에 있어. 빨리 쫓아가서 도망가지 못하게 해...” 뒤에서 들리는 고함에 김시아의 서늘한 눈빛은 머지않은 곳에 서 있는 남자에게 고정됐다. 난간에 느슨하게 기대어 있는 이 남자는 옷깃은 물론 넥타이도 느슨하게 잡아당긴 모습이었지만 양아치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섹시함이 묻어있었다.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고함에 김시아는 주저 없이 빠른 걸음으로 그를 향해 걸어갔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은 진우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느 눈치 없는 놈이 감히 여기로 온단 말이야?’ “도와줘요.” 쌀쌀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이 여자!’ 아까 문 앞에 있던 그녀임을 알아챈 진우주는 불쾌했던 감정이 사라졌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만 같은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의아한 빛이 반짝였다. “어떻게 도와야 하지?” 지나친 요구만 아니라면 진우주는 도와주고 싶었다. 김시아는 말이 없이 하얀 두 팔을 벌려 진우주의 목을 그러안고는 까치 발을 했다. 순식간에 다가온 김시아의 앵두 같은 빨간 입술에 진우주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키스하는 줄 알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았던 찰나, 김시아는 엄지손가락으로 진우주의 입술을 누르며 키스하는 시늉만 했다. 마음속으로 피어오르는 말로 할 수 없는 느낌에 진우주는 마른 침을 삼켰다. 방금 김시아가 정말 키스하리라 생각했을 때 진우주의 마음속에는 설렘으로 가득 찼다. 진우주의 눈빛이 점점 더 짙어졌다. ‘잘한다 진우주, 어린 계집애한테 정신을 못차리다니...’ “사람이 왜 보이지 않아...” 김시아를 찾는 조직의 사람들이 쫓아왔지만 이곳에는 열애 중인 커플이 보였다. 의심스러운 기색이 언뜻 스치며 다가가 확인하려던 찰나, 차갑고 매서운 눈초리가 그들을 쏘아보았다. 진우주의 눈빛에는 방해받은 불쾌함이 역력했는데 이 눈빛 하나만으로 그들을 겁에 질려 주춤하게 했다. 그들은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한기가 솟구쳐 오르는 느낌이 들며 그 자리에 굳어져 버린 채 감히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야정각 최고 VIP룸을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은 일반 신분이 아니기에 그들은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 “여기에 없으니 다른 곳에 가서 찾아봐!” 조직의 사람들이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을 본 김시아는 그제야 긴 속눈썹을 가볍게 깜박이며 그의 목을 안았던 두 손을 거두어들이더니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담담하게 말했다. “고마워.” 차분하게 고맙다는 말을 내던지고 길고 곧은 다리로 뒤돌아서며 떠나려는데 커다란 손에 이끌려 김시아는 다시 진우주의 품에 안겼다. “오빠를 이용한 후 그냥 가려고 했어?” 남자의 나지막하고 매력적인 소리가 달팽이관을 통해 온몸에 전율처럼 퍼져 짜릿하게 느껴졌다. “이런 좋은 일이 어디 있어?” ‘지금 나에게 이익을 요구하는 거야?’ 김시아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돈을 찾아 주려 했으나 칩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돈으로 때우려고?’ 김시아의 속내를 알아차린 듯 진우주는 휴대전화를 김시아 앞으로 내밀었다. 얇은 입술에 가벼운 미소를 지은 그는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오빠는 돈이 필요 없으니 전화번호를 남겨 식사 한 번 하는 거로 대체해.” ‘이 남자는 왠지 불여우 같아 보여...’ 김시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남에게 신세 지는 것이 싫었던 김시아는 휴대전화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해 주었다. “이젠 가도 돼?” 휴대전화를 다시 건네주는 김시아의 예쁜 눈빛은 여전히 차분했다. “물론이지.” 남자의 목소리는 나른하고 부드러웠으며 매력이 넘쳐 유혹적으로 다가왔다. “다음에 또 만나.” 김시아가 멀리 간 뒤에야 진우주는 비로소 눈빛을 되찾았고 얇은 입술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는데 기분이 좋아 보였다. 모든 것을 목격한 성주원은 그제야 진우주에게로 다가가며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련님, 아까 그 아가씨의 연기에 협조할 필요가 없었어요...” 진우주의 신분으로 방금 그 어린 아가씨를 두둔하려 했으면 그들은 감히 사람을 빼앗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진우주는 심각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 어린 아가씨와의 스킨십을 어떻게 참을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한 성주원을 보며 진우주는 나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부러 그랬어.” 놀란 성주원은 할 말을 잊었다. ... “도련님, 괜찮으세요?” 야정각 대문에서 나온 김시아를 보자마자 강진은 차에서 뛰어내려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다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하마터면 구하러 가자고 통지를 내릴 뻔했어요. 보스, 잘못했어요. 제가 위치를 잘못 알고...” “다음은 없어.” 강진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김시아는 말없이 품속에서 칩을 꺼내 그에게 던져주었다. “실험실에 가져가서 연구하게 해.” 강진은 허둥지둥 그 칩을 받아들었다. 이 조그마한 물건이 몇백억을 넘으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다. “보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으세요? 연구원의 어르신들이 매일 보고 싶다고 난리예요. 물어볼 것도 있고 또 보스께서 연구에 참여하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질 거래요.” “시간이 되면 실험실에 다녀올게.” 무심코 말하던 김시아는 이때 친구 추가 메시지를 받았다. 개인번호를 아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았기에 지금 친구를 추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뻔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