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장
“아니.”
김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김유미 때문에 화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연기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이 말을 듣고, 전화 저편에서 김현호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시아야. 오늘 집에 돌아오고 싶지 않으면 안 와도 돼. 대신 안전 꼭 주의하고. 네가 뭘 하든 오빠는 널 지지해.”
그 말에 김시아는 마음이 따뜻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오빠.”
그리고 때마침 막 들어온 진우주는 김시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빠’를 외치는 것을 들었다.
순간,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의 몸 주변에 위험한 기운이 퍼졌다.
‘다른 남자를 오빠라고 부르다니. 저 사람이 시아의 약혼자인 게 틀림없어.’
나름의 확신을 내린 진우주는 순간 적대감이 솟아올랐다.
곧 김시아가 전화를 끊고 문 앞에 서 있는 차가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왜 문 앞에 서 있어?”
그러자 진우주는 그녀를 바라보며 질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한테도 오빠라고 부르네, 응?”
그가 이렇게 질투할 줄은 몰랐는지라 김시아는 피곤한 듯 눈썹을 주물렀다.
‘난 오빠가 다섯이나 있는데 설마 한 번씩 다 질투할 작정인가?’
“난 시아가 나만 오빠라고 불렀으면 좋겠는데...”
진우주는 김시아가 다른 사람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생각하면 질투심이 더 강해졌다. 그래서 그는 입을 꼭 다물며 화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김시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부드럽게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래. 남자 이성 중에 오빠만 오빠인 것도 아닌데.”
진우주는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부드러운 눈빛을 보자마자 그의 화가 사라졌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긴 손가락으로 김시아의 붉고 촉촉한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곧 그가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유혹하듯 말했다.
“나한테만 오빠라고 불러줘...”
김시아는 그의 손길이 닿는 모든 곳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속눈썹도 가볍게 떨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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