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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이 말을 들은 김유미는 죽기보다 더 괴로웠다. 항상 피아노 실력을 자랑했던 김유미가 이렇게 망신을 당했으니 창피하여 얼굴을 쳐들 수도 없었다. ‘이게 모두 김시아 이 나쁜 년 때문이야!’ 독기가 피어올라 두 눈이 빨개진 김유미는 낮은 목소리로 김시아를 향해 울부짖었다. “김시아, 나에게 망신주려고 일부러 그랬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약을 올리며 무대에 오르게 했고 그런 후 망신당하게 했다. “너도 날 망신시키려 했잖아?” 김시아는 두 눈을 가볍게 깜빡거리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는 그저 받은 만큼 돌려주었을 뿐이야.” 김시아가 돌아온 후 김유미는 잔꾀를 부리며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착해서 참아준 게 아니라 따지기 귀찮았을 뿐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도발한다면 김시아는 결코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너...” 눈시울이 붉어진 김시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의기양양해 하지만. 오늘 이겼을 뿐이야. 언젠가는 널 꼭 이길테니 두고 봐.” 김유미의 빨개진 눈을 바라보던 김시아는 진지하게 말했다. “넌 나를 이길 수 없어. 천부적 재능이 별로인 데다 또 열심히 연습도 하지 않았으니 너의 피아노 실력은 그저 여기까지야.” ‘이 천한 년이 감히 나를 모욕하다니!’ 지금까지 그녀의 피아노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은 모두 김유미의 음악적 재능을 높이 칭찬했으나 김시아만 천부적 재능이 없다고 했다. 김유미는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는데 원한으로 가득 찬 두 눈에서는 불이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김유미는 손을 들어 김시아의 뺨을 후려치려 했다. 재치있게 몸을 돌려 피하던 김시아는 손을 돌려 김유미의 손목을 잡았다. 초롱초롱한 두 눈에 갑자기 얼음 같은 한기가 감돌더니 손에 힘을 주어 힘껏 비틀자 김유미는 아파서 표정이 찌그러졌다. “아... 너무 아파! 이거 놔!” 한기 가득 찬 눈빛으로 김유미를 바라보던 김시아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톡’쳤다. 아프지 않았지만 김유미는 굴욕을 받았다. “난 성격이 못돼 먹어서 계속 귀찮게 하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김유미의 두 눈에는 원한이 사무쳤다. 그러나 멀리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오는 심수정을 보자 김유미는 곧 불쌍한 척 흐느끼며 말했다. “언니,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알지만 일부러 곡을 바꾸어 무대에서 망신을 주다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가까이 다가오자마자 김유미의 울음소리를 들은 심수정은 급히 달래주었다. “유미야, 오해가 있었을 거야. 시아는 그런 애가 아니야.” 서슴없이 김시아를 믿어주는 심수정을 보며 김유미의 마음속 원망이 더 깊어졌다. ‘나를 딸로 여긴다고 했지만 이젠 김시아밖에 몰라!’ 김시아를 모함하면 자신도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김유미는 곧 작전방향을 바꾸어 애처롭게 눈물만 뚝뚝 흘렸다. “큰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언니를 오해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내가 우리 가족 망신시켰어요.” 옆에서 오랫동안 키운 조카가 이렇게 우는 것을 보니 심수정도 마음이 아팠다. “유미야, 울지 마. 큰어머니는 너의 피아노 실력을 알고 있어. 오늘은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했을 뿐이야.” 김유미는 금세 심수정의 품에 기대어 더욱 슬피 울었다. “하지만 큰어머니, 다들 뒤에서 나를 비웃을 거예요.” “괜찮아, 이 일은 큰아버지더러 처리하게 하겠으니 걱정하지 마. 누구도 너의 뒷담화를 하지 못할 거야.” 심수정의 승낙을 받은 김유미의 눈가에는 의기양양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큰어머니,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우는 아이가 젖을 먹을 수 있다는 도리를 알고 있는 김유미는 심수정의 곁에서 맴돌고 있으면 김시아를 대처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나야말로 김씨 가문이 아가씨야! 김시아, 너 딴 게 뭔데!’ ... 손주며느리를 찾아보던 여희숙은 김시아를 알아보자마자 입을 가리며 몰래 웃었고 시선은 껌딱지처럼 김시아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 김씨 가문의 아가씨가 예쁘장한 게 딱 봐도 손주와 천생배필이야. 나중에 태어날 아기도 얼마나 예쁠까!’ 여희숙은 김시아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꼭 들었는데 왠지 낯이 익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날 자신을 구해주던 소녀가 아닌가! 다만 오늘 화장을 해서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제야 생각난 여희숙은 기쁨에 겨워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었다. 이 소녀가 김씨 가문의 아가씨였고 또 미래의 손주며느리이니 여희숙은 뜻밖에도 소원을 성취한 셈이다. 여희숙은 재빨리 휴대전화를 꺼내 진우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곧 연결되었고 진우주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 “우주야, 너 당장 김씨 가문 파티로 와!” 여희숙은 다급하게 말했다. “할머니, 전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어요...” “안 들을래, 안 들려! 우주 너 오늘 여기로 오지 않으면 난...” 갑자기 위협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말문이 막혔던 여희숙은 겨우 더듬거리며 이어서 말했다. “아니면 오늘부터 이 할미는 단식하련다. 나... 굶어 죽어 널 할머니 없는 자식으로 만들 거야!” 진우주는 어이없어 말문이 막혀버렸다. “나 진지해. 오늘 반드시 와야 해! 아니면 앞으로 너를 손주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 여희숙은 뾰로통해서 말했다. “오늘 오지 않는 거면 날 화나게 하려고 작정한 거야! 이 때문에 심장병이 재발하면 골치 아파져!”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쓰는 여희숙의 목소리에 진우주는 어쩔 수 없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네. 할머니. 제가 곧 갈게요.” 이 말을 들은 여희숙은 이내 기뻐했다. “좋아, 우주야, 빨리 와!” 전화를 끊은 진우주는 냉담하게 지시했다. “차를 준비해, 김씨 가문으로 가!” 성주원은 깜짝 놀라 했다. “대표님, 정말 김씨 가문에 가시려고요?” “응.”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던 진우주의 좁고 그윽한 두 눈에는 한기가 피어올랐다. ‘이 기회를 빌려 김씨 가문 아가씨와 혼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해야지...’ ... “보스, 일이 났어요! 그 칩에 문제가 생겼어요!” 파티장을 나와 전화를 받던 김시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거야?” “보스, 나도 잘 모르겠어요. 연구원의 늙은이들이 연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칩이 손상되어 복구할 수 없다고 했어요...” 휴대전화를 통해 강진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스, 한 번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보스가 필요해요!” 김시아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곧 갈게.” 이 칩은 매우 중요해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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