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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쾅. 박이서는 마치 머릿속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머리가 백지장이 되었지만 남자의 키스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문득 박도준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윤아야...” ‘그러니까 지금 술에 취해서 날 강윤아로 착각한 거야?!’ 정신을 차린 박이서는 몸 위를 깔고 누운 박도준을 뿌리치고 황급히 뛰쳐나갔다. 다행히 박도준도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박이서가 거실에서 나왔을 때 박도준이 인상을 찌푸리고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내가 왜 네 방에 있어?” 짜증과 의혹이 섞인 그의 말투에 박이서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 아마도 어젯밤 일은 필름이 끊긴 모양이다. 그녀가 이제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박도준이 싸늘하게 가로챘다. “네가 그랬지? 이서야, 우린 안 된다고 말했잖아. 게다가 나 이제 결혼이 코앞인데 제발 좀 단념하면 안 돼?” 박이서는 어이가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더할까? 그녀가 먼저 이 남자를 좋아한 것부터 잘못이었으니. 박도준은 이제 그녀가 무얼 하든 죄다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녀가 빨개진 눈시울로 머뭇거리는 모습에 박도준은 잠시 숨을 고르고 가까이 다가가려 했는데 이때 마침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준 씨!” 강윤아가 밖에서 달려오며 그의 품에 안기려다가 뭔가 발견하고는 미소가 살짝 굳었다. “입술 왜 그래?” 박도준은 입술을 어루만지다가 박이서를 그윽하게 쳐다봤다. “아니야, 아무것도. 어젯밤에 모기한테 물렸나 봐.” 그 뒤로 며칠 동안 박이서는 더 이상 박도준과 단독으로 만난 적이 없다. 박도준은 종일 강윤아와 함께하느라고 바빴고 박이서는 안무 연습에 돌진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이날은 마침 고난도 동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던 날인데 김지영이 불쑥 박도준과 강윤아를 안무실로 데려왔다. “자, 다들 잠시 하던 일 멈춰봐 봐. 이쪽은 박도준 씨가 친히 추천한 강윤아 무용수야. 다들 큰 박수로 맞이해야지.” 뜨거운 박수갈채가 지난 후 김지영은 맨 끝에 서 있는 박이서에게 말했다. “이서 네가 수석이니까 앞으로 윤아 잘 가르쳐줘.” 이어서 김지영은 박도준, 강윤아와 함께 사무실로 가서 수속을 마쳤다. 문이 닫히는 순간 뭇사람들이 의논하기 시작했다. “내가 듣기로 강윤아 그때 우리 무용단 오디션 봤다고 했는데 탈락했나? 쯧쯧, 박도준 약혼녀라 역시 스케일이 남달라. 남편 말 한마디에 너무 쉽게 들어오잖아.” “그러게 말이야. 우린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겨우 들어왔는데. 차라리 비교를 말자.” 질투에 찬 의논들이 이어질 때 저 멀리 박이서는 양반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아 거울 속 본인을 쳐다보며 눈가에 당혹스러움이 살짝 스쳤다. 박도준은 그 누구보다 원칙적이고 냉철한 사람이라 아무리 큰 권력을 쥐고 있어도 특권을 부려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 그가 지금 강윤아를 위해 관례를 깨고 있다. 그녀를 진짜 많이 좋아하나 보다. 그날 이후로 강윤아는 무용단에 합류하여 박이서의 제자가 되었다. 박이서는 단장님의 말씀대로 열심히 그녀를 가르치려고 했지만 강윤아는 도통 복종하지 않았다. 안무를 배울 때 대충 임하는 건 물론이고 매일 갖은 핑계로 훈련에 불참하며 조퇴하기가 일쑤였다. 이번에도 박이서가 미처 붙잡지 못한 채 쪼르르 도망쳐버리더니 건물 아래에서 박도준과 딥키스를 나눈 뒤에야 차에 타는 것이었다. 창가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박이서는 담담하게 창문을 닫고 계속 안무 연습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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