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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역시나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상준은 몸을 꼿꼿이 세웠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임지연, 너 남자 모델이랑 결혼했어?” 임시월은 임지연의 팔짱을 풀고 급히 고상준을 다독여주었다. “상준 오빠, 화 풀어. 언니도 제정신이 아니었을 거야. 안 그러면 남자 모델이랑 결혼했을 리가 없잖아.” 고상준이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보자 임건국이 나서서 상황을 수습했다. “상준아, 걱정하지 마. 내가 시연이한테 그 남자하고 이혼하라고 했어.” 고상준은 자신의 태도가 다소 강경했다는 걸 깨닫고 조금 진정을 한 뒤에 무덤덤하게 말을 건넸다. “임지연은 임시월의 언니잖아요. 남자 모델이랑 결혼했다는 게 소문이라도 퍼지면 시월의 명성에도 타격이에요.” 정순자는 맞장구를 쳤다. “그래. 맞아. 우리 상준이가 역시 생각이 깊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임지연을 노려보았다. “임지연! 들었어! 소란을 피울 거면 우리 시월이한테는 피해를 입히지 말아야지!” 옆에서 침묵을 지키던 임지연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양다리를 걸치고, 다른 하나는 자기 언니의 약혼자를 가로챈 주제에 지금 누가 누구한테 피해를 입혔다는 거지! 그녀는 그런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걱정 마. 일주일 뒤에 남편 데리고 너네 결혼식에 참석할 거야.” 그 말만 남긴 임지연은 고개를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서자 피곤함이 몰려들게 된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머릿속에는 육진우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두 사람이 만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육진우한테서 느끼는 감정은 그리 나쁘지가 않았다. 예의도 바른데 선을 넘지 않으니... 다만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전에 할머니가 몸이 편찮다고 했으니 아마도 생활고를 이겨내려고 이 직종을 선택한 걸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임지연은 괜히 안쓰러워졌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이 집안에서 그녀의 방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는 건 분명 좋은 징조가 아니다! 정신이 번쩍 들게 된 그녀는 마음을 추스른 뒤 문을 열었고 뜻밖에도 찾아온 사람은 고상준이었다. “무슨 일이죠?” 임지연은 싸늘한 태도를 보였다. 고상준은 눈 밑에 상처가 드리우더니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임지연은 그런 그를 막아섰다. “고상준 씨, 곧 결혼할 신랑이 함부로 다른 여자 방에 들어가면 안 되죠.” 고상준은 동작을 멈추고 임지연의 화장기 없는 얼굴을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음에 부모님들은 어릴 때 쌍방의 그한테 정한 혼사가 있다고 했었다. 상대가 어릴 적부터 시골에서 자란 여자아이라는 걸 들었을 때 고상준은 반항심이 들었지만 할머니의 설득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한 번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다 처음 임지연을 만나고 나자 심플한 흰색 청바지에 세련되고 아름다운 외모가 더해지자 심쿵하게 되었었다. 그리하여 그는 집으로 돌아와 즉시 이 혼사를 승낙했다. 다만 임지연은 뼈에 사무치기로 보수적인 아이라 두 사람이 사귄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었다. 그 때문에 임시월이 기회를 노린 거고 나중에는 임시월이 임신까지 하는 탓에 그는 임지연하고 파혼을 결정한 것이었다! “지연아, 우리가 이렇게 서먹서먹할 필요는 없잖아.” 고상준은 허탈스러운 듯 입술을 오므렸다. “고상준 씨, 자중하세요.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나가보시고요.” 임지연은 더는 여기서 고상준하고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임지연이 문을 닫으려고 하자 고상준은 다리를 뻗어 문틈에 고정했다. “지연아, 나한테 복수하려고 남자 모델이랑 결혼한 거야?” 피식! 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웃음을 터뜨린 그녀는 고상준을 올려다보았다. “고상준 씨, 너무 자신한테 자신감이 넘쳐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누구하고 결혼하던 그건 제 마음이에요.” 고상준은 임상준이 고집을 부리는 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연아, 파혼을 해서 미안해. 하지만 내가 장인어른한테 말해서 너하고 그 남자 모델을 이혼시킬 거야.” “왜요? 내가 이혼해서 황인호하고 결혼하게 하려고요? 임시월이 황인호한테 시집갈까 봐 나하고 파혼한 거 아니에요?” 임지연은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고상준이 파혼을 결정하고 임시월하고 결혼식을 진행하기로 한 그때부터 그녀는 철저히 내려놓았다. 고상준은 마음에 찔린 듯 서둘러 해명했다. “지연아, 시월이가 내 아기를 임신했어. 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거야.” 그는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한 나머지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지연아, 스스로를 망치지 마. 그 남자랑 이혼해. 황인호의 일에 대해서는 내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게. 걱정 마.” 갑작스런 친절함으로 보아 임지연은 별로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물었다. “그 다음에는?” “뭐?” 고상준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그와 다르게 임지연은 무덤덤한 태도로 방금 했던 말들을 반복했다. “그 다음에는? 당신이 황인호의 일을 해결해 주면 나한테서 뭘 원하는 건데?” 고상준은 얼굴에 깊은 감정을 드러내며 임지연한테 시선을 고정했다. “지연아, 나는 널 사랑해. 네가 그 남자하고 이혼하고 나면 나도 과거의 일에 얽매이지 않을 거야. 그리고 솔직히 나는 아기 때문에 임시월하고 결혼하는 거야. 우리 둘은 헤어질 필요 없어.” 임지연은 예전의 자신이 너무나도 어리석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멍청했으면 고상준이 착한 심성을 지녔다고 생각했던 건지... 그녀는 맑은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보였다. “그래요? 그래서 지금 저더러 내연녀가 되라는 거예요?” 임지연은 손을 바짝 조이며 말투가 조급해져 갔다. “지연아, 그런 뜻이 아니야. 나는 그냥 네가 타락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 그럴듯한 이유긴 하네. 임지연은 속으로 그한테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상준 씨의 마음은 고맙습니다만 제 일에 더는 참견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마음을 다잡고 임시월하고의 결혼식에나 신경을 쓰지 그래요. 진심으로 축하해요.” 임지연의 낯선 태도에 초조해진 고상준은 낮은 목소리로 성질을 부렸다. “지연아! 나도 다 널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너도 날 화나게 하려고 모델이랑 결혼한 거 아니야?” “고상준 씨!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네요! 저는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당신 결혼식에도 우리 남편이랑 같이 참석할 거고요.” 임지연은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이마에 핏줄이 곤두선 고상준은 시선이 그녀한테 고정이 되었고 불끈 쥐고 있는 주먹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두 사람의 분위기가 팽팽히 맞서고 있을 때 임시월은 위층으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고상준이 임지연의 앞에 서 있는 걸 보고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 임지연!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고상준의 앞을 가로막으며 경계 태도를 보였다. “임지연! 넌 염치도 없어! 상준 오빠는 내 약혼자야! 우리 일주일 뒤면 결혼할 건데 넌 아직도 내 약혼자를 꼬시려고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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