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임지연은 고개를 들자 맑은 눈동자가 마침 유영석의 탁한 눈빛을 마주쳤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거실에도 안 들리고 감시카메라도 없다고...” 유영석은 몸을 압박해 가며 입가에 옹졸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야 겁이 나? 그런데 어차피 후회해도 소용없어. 너무 발버둥 치지 않으면 내가 살살할게.” 유영석은 점점 더 몸을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었고 그의 손이 임지연의 얼굴에 닿으려던 순간 팔이 허공에서 뻣뻣해지더니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는 얼굴빛이 금세 가라앉았다. 손목에 어느새 은침이 꽂혀 있었던 건지 분노가 치솟아 욕을 퍼부으려던 그는 아랫도리에서 극심한 통증이 전해져 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아!” 뒤뜰에서는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안타깝게도 곧 거실의 웅성거림으로 뒤덮여졌다. 유영석은 새파란 얼굴로 바닥에 누워 뒹굴고 있었다. 임지연은 오늘 입은 드레스에 잘 매칭이 될 수 있도록 뾰족한 하이힐을 신고 있었던 터라 그 하이힐로 가격을 당했으니 꽤나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너... 죽여버릴 거야!” 고통이 밀려와 제대로 말도 내뱉지 못하고 있는 유영석은 방금 한 말들도 이빨 사이로 비집고 나온 것이었다. 그는 피로 물든 듯 눈이 빨개졌다. 임지연은 땅바닥에서 아파 뒹구는 유영석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머릿속에 그 역겨운 생각은 집어치워!” 유영석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너...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줄 알아!” 그가 협박을 하자마자 임지연은 재차 공격을 한 뒤 몸을 반쯤 웅크리고 앉았다. 그녀는 유난히 달콤한 미소를 머금고 말을 내뱉었다. “방금 바람이 세게 불어서 그러는데 뭐라고 한 거야? 안 들렸어. 다시 말해줄래?” 조금 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을 했었던 임지연의 성격을 알아챈 유영석은 감히 했던 말을 반복할 용기가 없으니 그저 이를 꽉 깨물고 있었다. “오늘 나한테 한 짓들 내가 언론에 공개할 거야! 널 고소할 거라고!” “참나!” 임지연은 가볍게 미소를 터뜨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