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소우명의 말을 듣고 나자 눈빛이 약간 어두워지던 임지연은 한참이 지나 입을 열었다. “우명아, 육진우가 지금은 내 남편이야. 그 사람에 관한 나쁜 얘기 듣고 싶지 않아.” 얼굴에 고통이 스쳐 지나간 소우명은 임지연한테 눈빛을 고정하고 있었다. 옆에 늘어뜨린 손바닥은 진작에 움켜져 있었고 말이다. 그는 3년 전에 임지연의 곁을 떠난 자신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임지연의 생활 속에서 떠나지만 않았어도 다른 남자한테 뺏기지 않았을 건데! 주먹에 힘이 더욱 들어가고 있는 소우명은 손톱이 살을 파고들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서야 얼굴에 그다지 예쁘지 않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어.” 임지연은 소우명이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을 보며 자신의 내뱉은 말이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고민한 끝에 말을 내뱉었다. “우명아, 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어...” “아니야, 내가 말이 지나쳤어.”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그는 가슴이 이따금씩 아려오고 있었다. 3년을 떠나 있는 동안 그녀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던 것이다. 원래 이번에 만나 고백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소우명은 눈빛의 상실감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얼른 화제를 돌렸다. “선생님이 도성시에 가셨어. 오기 전에 전화하셔서는 널 데리고 오라고 하더라고.” “거긴 무슨 일로 가셨대?” 임지연은 의아해졌다. 백의는 의학계의 천재로 나이도 70을 훌쩍 넘기셨으니 상대적으로 반은퇴 상태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줄곧 아내와 함께 시골에서 편안한 생활을 즐기셨다. “육씨 가문의 어르신이 괴질에 걸렸나 봐. 그쪽에서 하도 부탁하셔서 선생님이 진찰하러 가신 거야. 아마 도성시에서 몇 달은 머무를 거라고 하더라고.” “그럼 선생님은 내가 나서길 바라는 거야?” 임지연은 짐작을 하고 있었고 소우명은 그렇다고 했다. “어르신의 병은 서약으로 치료하기에는 부적절해. 넌 나하고 전공이 다르니까 네가 나서는 게 훨씬 나을 거야.” 임지연은 입술을 깨물며 난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