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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장

그래서 그녀는 분노와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고 위로하듯 온화하게 말했다. “은비야,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그저께 신문에 공고를 낸 사람은 정말로 전학 증명서 한 장만 가져왔어. 남성분이셨는데 몹시 서두르는 듯 이름도,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가셨어. 만약 그 사람이 네 돈을 주웠다면 함께 가져왔겠지. 어쩌면 그 전에 누군가 주워가지 않았을까?” 소은비는 이수영과 닮은 이수진의 얼굴선을 바라보았다. 공고를 낸 사람에 대한 정보는 일절 함구하는 그녀의 모습에 박유나 모녀와 이수진의 자작극이라는 확신이 굳어졌다. “알겠어요.” 소은비는 원하는 답을 얻은 후, 더 이상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체념한 듯이 신문사를 나섰다. 이수진은 불안한 마음에 따라 나갔지만, 소은비가 다른 신문사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비웃었다. ‘역시 어린애는 어린애야. 이렇게 소란을 피워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러나 저녁 퇴근길, 이수진이 자전거를 타고 신문사 건물을 나선 지 수십 미터도 되지 않아, 앞에 펼쳐진 광경에 아연실색했다. 길가 버스 정류장 게시판마다 손으로 쓴 전단지가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 주변 회사와 공장 게시판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은 게시판 앞에 삼삼오오 모여 전단지를 읽고 있었다. 큼지막한 붓글씨로 쓰인 전단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저는 남영시 우생읍 고등학교 2학년생 소은비라고 합니다. 저는 가족이 힘들게 여기저기에서 모은 6천 원 학비를 들고 진안시에 공부하러 왔지만 안타깝게도 학비와 전학 서류가 들어있던 서류 봉투를 잃어버렸습니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이 소은비가 어제 신문 분실물 광고에 나온 그 소은비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시골에서 온 여자애가 뭔가 든든한 배경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학비도 빌려 온 거고 남의 집에서 가정부 일까지 하고 있었던 거네.” “그러니까 어제 그 착한 일 했다는 사람은 전학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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