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장
소은비는 고개를 숙이고 병원을 나섰다.
민준혁은 먼 산에 낀 서리처럼 차갑고 예리한 눈빛으로 소은비를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입술을 다물고 있었다.
“이 과장님이랑 박 선생님은 돌아가셨나요?”
“그래. 네 작은 고모가 방금 모셔다드렸어.”
민용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호사에게 소은혜의 상태를 확인하도록 부탁했다.
“오빠...”
소은혜는 침대에 앉아 낮은 소리로 민준혁을 불렀지만 고개를 들 용기가 없었다.
아까 소은비가 민준혁과 그의 가족들 앞에서 자기가 민준혁을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는 바람에 이제 어떻게 민준혁을 대해야 할지 몰랐다.
소은혜는 민씨 가문에서 만약 자신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려 한다면 소은비도 절대 진안시에 남도록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소은혜는 자기가 힘들어지면 소은비도 편하게 지낼 수 없게 할 생각이었다.
민준혁은 소은혜를 냉담하게 힐끗 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민용수를 보면서 말했다.
“아버지, 고모, 별일 없으면 저도 이제 부대로 돌아가 볼게요.”
그 말을 듣고 민용수는 민준철을 병원 복도 구석으로 데리고 가 오늘 맞선에 관해 물었다.
“준혁아, 박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어?”
“별로 기억나는 게 없어요.”
민준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병실에 들어설 때 박 선생님과 잠깐 눈이 마주쳤을 뿐 그 외엔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민용수는 기가 막혔다. 예전 학창 시절 때 연애에 대해 몰랐던 건 그렇다 쳐도 되는데 이제는 스물여섯에 단장까지 됐는데도 아직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다.
육군 사관 학교를 졸업하고 서북에 있는 부대에서 몇 년을 지냈으니 다른 남자들 같았으면 이제 여자만 봐도 새삼 반가울 것이다.
하지만 민준혁은 박유나를 앞에 두고도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다.
“준혁아, 박 선생님이 너에게 호감 있는 것 같아. 너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더는 미루지 말고 시간 될 때 박 선생님이랑 만나서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면서 좀 친해져 봐. 자주 얼굴을 보면 정이 생기는 법이니까.”
“전 그럴 시간도 없고 우린 어울리지도 않아요. 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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