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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잡이여우 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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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혁재야, 태평아, 큰어머니 말 맘에 두지 말고 어서 들어와 앉아.” 오홍연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진혁수는 돌아서서 진태평 부자를 방으로 초대했다. “태평아, 무슨 차 마실래? 큰아버지가 타줄게.” “감사합니다, 저는 물을 마시면 돼요.” 진태평은 싱긋 웃으며 개의치 않았다. 주위를 둘러본 그는 심장이 바늘로 세게 찔린 것 같았다. 큰아버지 진혁수의 집은 으리으리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부잣집이었다. 60평이 넘는 넓은 층에, 집 안의 밥 먹는 공간이 진태평 집의 거실 전체보다 크고, 자단목으로 만든 원목 탁자 한 세트는 진태평 집안의 모든 가구와 가전제품을 합친 것보다 더 비싸 보였다. 3년 전까지도 큰아버지의 가정환경은 사실 진혁재의 집보다 좋지는 않았다. 진혁재가 병원을 경영했고 큰형님과 형수님은 모두 대기업 임원일 뿐이니 말이다. 게다가 진태평은 ‘엄친아’로서 해마다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3년 뒤 진태평이 감옥에서 다녀오고 나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형, 오늘 밤 제가 태평이와 함께 찾아온 건 돈을 빌리려는 것이 아니야.” 진혁재는 매우 불안하고 긴장해 보였는데 친형 앞에서도 소파에 엉덩이를 반쯤 붙였을 뿐 제대로 앉지도 못한 채 한없이 비천하고 불쌍한 모습이었다. “혁재야, 그런 말을 해서 뭐 해. 돈 빌리러 와도 돼. 이 집은 나 진혁수의 말에 따르게 돼 있어.” 말을 마친 진혁수는 옆에서 팩을 하는 오홍연을 노려보았다. “그래, 그래. 진혁수 당신 정말 대단해. 재주가 있어. 이 집안의 주인이라 그거지?” 오홍연이 옆에서 빈정거렸다. “당신...” “형, 형수님한테 화내지 마. 3년 동안 정말 폐를 많이 끼쳤잖아.” 진혁재는 일어나려는 진혁수를 말렸다. “오늘 밤 이렇게 찾아온 건 태평이가 돌아왔는데 두 분 꼭 뵙겠대.” “맞아요.” 진태평은 기회를 틈타 말했다. “큰아버지, 큰어머니, 지난 3년 동안 우리 집을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은혜는 제가 마음에 새겼다가 갚을 거예요.” 스스로 망신을 당해도 되지만 부모님이 자신 때문에 얼굴을 들 수 없게 해서는 안 된다. 3년 전에 잃어버린 모든 것을 3년 후에 그는 전부 되찾고 싶었다. 적어도 부모님이 자신 때문에 더는 멸시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그래, 마음만이라도 고맙구나. 어렸을 때부터 네놈이 패기가 있다는 걸 알았어...” “패기? 그래서 교화범이 되더니 우월감이라도 들었어? 쳇!” 진혁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홍연이 옆에서 비꼬았다. “입 좀 다물어 줄래? 노화범이면 어때서? 태평이냐 노화범이라 해도 나 진혁수의 조카야.” 진혁수가 버럭 화를 냈다. “가서 과일 좀 씻어 와. 이렇게 손님을 접대하는 게 어디 있어? 내 동생이 온 거 못 봤어?” “마스크팩을 하고 있어서 시간이 없어.” 오홍연은 그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 계속 얼굴을 두드리며 일어나지도 않았다. “당신...” 진혁수는 화가 나서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손을 들었지만 진혁재가 황급히 막아 나섰다. “형수님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 그냥 얘기나 나누면 좋을 것 같아.” 진혁수는 화가 풀리지 않아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데릴사위였던 그는 최근 2년 동안 집안에서 지위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의 직업은 아내의 친정에서 주선해 준 것이고, 현재 사는 집도 원홍연이 친정에서 혼수로 준 것이다. 진혁수는 결코 근본을 잊은 사람이 아니다. “형님, 사실 태평이 감옥에 범죄자로 있은 거 아니야. 지난 3년 동안 사부님으로부터 기예를 배우며 범죄자의 병을 치료하는 것을 도왔대.”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상관없지만 반드시 아들의 이미지는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혁재였다. 아들은 감옥에 범죄자 신분으로 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 3년 동안 그가 들은 가장 좋은 소식이었다. “감옥에 범죄자로 간 게 아니라고? 그건 좋은 일이잖아!” 진혁수도 큰 조카를 대신해 기뻤다. “그럼 이번에는 휴가 겸 나온 거야? 아니면 그냥 돌아온 거야?” 진혁수는 진태평을 바라보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돌아왔으니 이젠 안 가요.” 진태평이 덤덤하게 말했다. “3년 동안 엄마 아빠를 걱정하게 해드렸으니 이젠 아빠 곁에 남아서 두 분을 돌보며 송이도 챙겨야죠.”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아.” 그 말을 들은 진혁수는 더 기뻤다. “너희 부모님은 지난 3년 동안... 에이, 됐어. 지나간 일은 꺼내지 말고 앞으로 열심히 해. 참, 취직은 했어?” “아니요.” 진태평은 고개를 저었다. “형, 오늘 우리가 찾아온 건 사실 민아에게 부탁하고 싶어서야. 회사에서 잘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아무거나 일자리를 하나 마련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봐 줘. 전에 졸업장을 받지도 못하고 사람을 패 병원에서 해고당했기 때문에...” 진혁재는 간절한 표정으로 진혁재를 바라보며 환심을 사기 위해 웃음을 지었다. 진태평은 마음속으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부탁하는 사람은 큰아버지이고, 자신의 가족이지만, 자식으로서 부모가 남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 “별일 아니야...” “흥, 내가 그랬지. 일이 없으면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돈을 빌리러 오지 않으면 부탁할 게 있어 오고. 이래저래 흡혈귀야!” 오홍연은 또 한 번 기회를 포착하고 조롱 모드를 시작했다. “당신 다시 그런 소리 해봐? 한 대 때릴 테니 그런 줄 알아.” 진혁수는 오홍연을 가리키며 눈을 부라렸다. “...” 오홍연은 곧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친척이잖아. 누구나 뜻대로 안 되는 때가 있는 법이야. 서로 돕는 게 어때서? 우린 같은 진씨이니 경고하는데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 “형, 됐어. 우리 때문에 가족 분위기 망치지 마.” 진혁재는 진태평을 끌고 떠나려 했다. “혁재야, 내가 약속한 거니까 당연히 도울 거야. 기다려, 민아를 불렀으니 아마 지금쯤 샤워를 끝냈을 거야.” 진혁재 부자를 자리에 앉히고 난 진혁수는 옆 방문을 두드렸다. “민아야, 잠깐 나와봐. 볼일이 있어. 빨리.” “무슨 일이예요, 아빠, 나 아직 할 일이 많아요.” 곧 문이 열리더니 오민아가 나왔다. 집 안에 두 사람이 더 있는 것을 본 그녀는 두 눈에 혐오감이 떠오르더니 귀찮아하며 말했다. “무슨 일인데요? 빨리 말해요." “민아야, 그게 무슨 태도야? 둘째 삼촌을 보고도 인사도 안 해?” 진혁수는 얼굴이 굳어지며 나지막하게 꾸짖었다.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야?” “둘째 삼촌 안녕하세요.” “그래, 민아야, 일하는 데 방해했구나.” 조카를 대하면서도 진혁재는 겸손하고 환심을 사려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네, 할 말 있으면 해요. 나 바빠요.” 오민아는 짜증 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오홍연과 똑같이 두 팔로 팔짱을 낀 채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진혁수는 속으로 화가 났지만 지금은 화낼 때가 아니라 생각하고 한마디 했다. “태평이냐 돌아왔잖아. 그런데 직장을 구하는 것이 조금 불편해. 넌 회사에서 크든 작든 직급이 좀 있으니 일자리 하나 마련해 줄 수 없을까.” “태평? 나보고 일자리 마련해 주라고요?” 오민아는 불만이 많았다. “아빠, 태평은 교화범이에요. 전과자를 취직시켜주고 제 평판이 나빠지면 어떡해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범죄자로 간 게 아니라 감옥에서 병을 치료하고 공을 세웠으니 교화범이 아니야!” “감옥에 좋은 사람이 있어요?” 오민아의 입가에 조롱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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