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저기... 만약 네가 정말 갑부와 결혼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연준호는 수저를 내려놓고 안이서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안이서는 밥을 먹다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제가 하나님의 엄마라도 된 대요? 갑부가 저를 마음에 들어 한다면 눈이 멀었거나 바보겠죠. 우리 아빠만 돈 때문에 정신이 나가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연준호는 안이서의 말에 말문이 막힌 채 인정할 수도 없고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내 말은 정말 갑부에게 시집갔다고 가정하면 어떨 것 같냐는 거야.” 연준호는 떠보듯 물었다. “제가 정말 갑부에게 시집가면 집에서 뜨개질해서 팔지 가게를 왜 내겠어요?” 안이서는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연준호처럼 연봉이 2억인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만으로 만족하는데 갑부에게 시집가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생각하는 안이서였다. “됐어요.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말아요. 갑부는 우리 같은 하찮은 사람이 생각할 수 없어요. 그 정도 높이면 다음 생에도 못 닿을걸요. 준호 씨가 저를 귀찮아하지 않는 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잘 살고 자유롭게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안이서의 이 말은 오히려 연준호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그는 매일 처리해야 할 일이 많고 때로 바빠지면 회의도 종일 해야 하기에 밥도 먹을 틈이 없다. 그러나 안이서와 결혼한 이후로 그의 일과 식사가 규칙적으로 바뀌었다. 점심엔 안이서가 아침에 싸준 도시락을 먹기에 더는 테이크아웃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연준호의 몸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지고 기운차며 덜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안이서는 훌륭한 여자고 적어도 그녀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에서 연준호는 안이서에게 매우 만족했다. 그녀가 갑부에 관한 생각에 연준호는 어느 정도 말문이 막혔지만 마음속으로는 앞으로 천천히 안이서가 받아들이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오전, 연준호는 여전히 많은 양의 서류에 묻혀 있었는데 사촌 동생 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