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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장

안재준은 안재원과 소현정이 자신들을 내버려 둘까 봐 걱정하는 걸 알고 거리낌 없이 이걸로 그들을 괴롭혔다. “오늘 일은 잘 처리됐어요? 안채아와 안이서는 별말 없었죠?” 안재준은 어릴 때부터 줄곧 자신이 아들이라는 것을 믿고 이토록 버르장머리가 없었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손자를 상전처럼 받들며 아낌없이 사랑했다. 그래서 한 번도 누나라고 불러본 적이 없고 인정해 본 적도 없다. 할머니는 안채아와 안이서가 천한 여자가 낳은 쓰레기라고 하며 두 사람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들만이 그들 안씨 가문의 뿌리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별말 없이 순순히 보석금을 내고 우리를 데리고 나왔어.” 소현정은 아들과 말을 할 때 항상 비위를 맞추며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럴수록 안재준은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주제를 아는 거죠.” 안재준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 안이서의 예물에 관한 일은 해결되었어요?” “그건 내가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상관하지 마.” 소현정은 아들을 달래 샤워하러 보내고 주방에 가서 라면 두 봉지를 끓여 안재원과 대충 한 끼 때우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안재준은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 아빠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안재원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너 오늘 왜 낮까지 안 자는 거야?” 안재준은 아버지가 비꼬는 것도 개의치 않고 눈을 흘기더니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오늘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요.” “네가 무슨 중요한 일이 있겠어.” 안재원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안재준은 학교 다닐 때 작심삼일로 고등학교도 못 마치고 나와서 빈둥거렸다. 지금 취직해야 하지만 이런 그에게 무슨 일을 시킬 수 있겠는가? 소현정은 곧 죽 한 그릇을 담아 부엌에서 나오더니 첫 그릇을 아들 앞에 놓고 안재원을 흘겨보며 말했다. “재준이 왜 할 일이 없어요? 재준이도 이제 다 컸으니 친구를 사귀어야죠.” 안재준은 그래도 소현정의 말이 듣기 좋았다. 마음이 편해진 그는 그제야 자비라도 베 푸듯 설명했다. “요즘 매일 일찍 클럽에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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