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장

백지효의 독촉에 안이서는 천천히 그녀의 미니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 연준호의 주차 자리 옆에 차를 세웠다. 예전에 그는 옆에 있는 이 두 자리는 모두 그의 주차 공간이라고 말했다. 안이서가 집에 도착했을 땐 오후 6시가 채 되지 않았고 연준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베란다로 가서 꽃에 물을 주고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그 귀한 차에 관해 그녀가 받을 수 있든 없든 안이서는 연준호의 이 마음에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저녁을 푸짐하게 준비했다. 연준호는 여느 때처럼 7시 정각에 집에 도착했는데 안이서가 마침 마지막 음식으로 국을 상에 올리고 있었다. “준호 씨 왔어요? 저녁 드세요.” 문 앞에 서서 신발을 갈아신던 연준호는 앞치마를 두른 안이서의 모습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이 식탁에 가득한 것을 보았다. 이곳의 집은 작지만 연준호에게 삶의 화기애애함을 느끼게 했는데 이건 그가 어려서부터 별로 느끼지 못했던 ‘집'의 느낌이었다. 손을 씻고 식탁 앞에 앉자 안이서는 밥을 그릇에 담아 연준호에게 건넸다. “준호 씨, 차 잘 받았어요. 고마워요.” “그래, 마음에 들면 됐어.” 연준호는 6000만 남짓한 차를 안이서에게 아무렇게나 던져주듯 시큰둥하게 말했다. 만약 두 사람이 정말 마음이 맞고, 그가 그녀를 인정해서 모든 상황을 안이서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그때는 스포츠카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안이서는 이 돈이 연준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렇긴 했다. 연준호는 잘나가는 회사원이고 연봉이 2억 정도 되는 사람인데 이 6000만 원이 넘는 차는 확실히 그에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준호 씨, 저는 운전할 필요가 별로 없어요. 아니면 그냥...” 안이서가 말을 마치기 전에 연준호는 손을 들어 앞에 놓인 탕수육을 가리켰다. “이거 맛있게 잘 만들었어. 앞으로 자주 만들어 줘.” “네?” 안이서는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그는 화제를 딴 데로 돌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는데 그녀가 이 차를 거절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