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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괜찮아요. 준호 씨는 오히려 방해되니 제가 혼자 하는 게 더 좋아요.” 안이서는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연준호가 걸리적거리는 게 싫다며 혼자 주방에 들어갔다. 소연준호는 도망갈 곳조차 없어진 걸 보던 연민철은 소파에 앉아 웃으면서 말했다. “준호야, 내 잔소리를 피할 수 있고 또 이서 앞에서 잘 보이는 방법이 하나 있어.” ‘할아버지께서 언제 이렇게 친절하셨어?’ 연준호는 의아한 눈빛으로 연민철을 바라봤다. 연민철은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띠고 연준호를 바라봤다. 연준호와 안이서를 엮어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연민철은 이 일만큼은 훼방 놓지 않았다. “안이서에게 언니가 있지? 네가 직접 운전해서 언니 가족을 모셔와 함께 식사하면 서로를 알 수 있어 더 좋을 것 같아.” 할아버지의 손자 타령에 멍해 있었던 연준호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네. 바로 갈게요.” 연준호는 군말 없이 차 키를 가지고 문을 나섰다. 연준호가 언니네 가족을 데려와 함께 식사한다고 말할 때 안이서는 번거롭게 하지 않아도 된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연민철도 옆에서 두 사람이 결혼도 했으니 양가 식구들이 만나는 것도 당연하다고 했다. 안이서도 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급히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요리를 하고 있던 안채아는 멍해졌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동생네 시집 가족을 만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된 안채아가 조용히 말했다. “이서야, 나 아직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는데 이대로 사돈어른을 만나는 건 예의가 아니야.” 제일 장로 하신 할아버지를 뵈어야 했는데 친정 언니가 섣불리 준비 없이 만나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된 안이서는 난감한 표정으로 연준호를 바라봤다. 하지만 연준호는 전화에서 계속 초대했다. “처형 식사하러 오는 것이 우리에겐 행운이고 큰 선물이에요.” 이 말을 들은 안채아는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철이 든 매부를 만난 동생을 위해 기뻐했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더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 안채아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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