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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이창준이 사람들을 데리고 안이서의 가계를 찾아가 소란을 피운 일을 할아버지도 보고받은 것 같았다. 연준호가 임원들과의 회의도 미루고 경찰서로 달려가 안이서를 데리러 갔다고 보고받지 않았다면 할아버지는 직접 경찰서로 가서 누가 감히 손자며느리를 노렸는지 직접 보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연민철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안이서를 만나보러 왔다. 그녀가 나약한 소녀라 이런 건달을 만나면 틀림없이 놀랐을 것으로 생각해 아예 연준호의 집으로 달려와 그녀를 살폈다. 하지만 연민철은 안이서가 기분이 좋아 보여서 그 얘기는 아예 꺼내지 않았다. 첫째는 안이서가 다시 기억하는 게 싫었고, 둘째는 만약 안이서가 그에게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둘러댈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 근처를 지나가다가 손주 보러 올라왔다고 했는데 뜻밖에도 손자며느리가 안이서인 것을 발견했고 갑자기 검사까지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이서와 종일 같이 있었더니 연민철은 손자며느리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예쁘게 생겼는데 성격이 꼼꼼하고 이런 늙은이를 데리고 채소 시장에 가서 물건도 사고 AR 게임기를 꺼내서 노는 법을 가르쳤다. 안이서는 보면 볼수록 연민철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곧 연민철은 뜻밖에도 연준호가 안이서와 각방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방을 쓰면 어떻게 증손자가 생긴단 말인가? 연민철은 자신이 이미 나이가 많은데 그들이 이렇게 꾸물거리며 각방까지 쓰면 자신이 증손자를 안는 그 날까지 살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웠다. 연민철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마침 연준호가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왔으니 다시 한번 당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난번에 너에게 한 말은 모두 귓등으로 흘렸어? 자식! 나중에 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탓하지 마. 설날 전에 내가 손자며느리의 좋은 소식을 듣지 못하면 내가 직접 방법을 찾아서 이 일을 해결할 거야!” 이 말을 들은 연준호는 당황했다. 할아버지가 혼인을 재촉하더니 이젠 출산을 재촉하며 이젠 이 일을 직접 해결하려 하다니. 연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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