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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안채아는 고개를 저으며 쉿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조용히 하라고 안이서에게 귀띔했다. “하율이가 안에 자고 있어. 조용히 얘기하자.” 안이서는 너무 급하게 들어와 조카가 거실에 없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얼마 뒤 안채아는 두 사람 다 소파에 앉아서야 입을 열었다. “나 이제 일을 하고 싶어. 더 이상 집에만 있고 싶지 않아.” “언니, 전에 그런 말 한 적 없잖아. 갑자기 왜 일을 하고 싶어졌어?” 안이서는 언니의 성격을 잘 알았다. 평소 형부는 늘 돈 문제로 언니를 구박하곤 했고, 시어머니 나인숙 역시 며느리가 우리 아들 돈만 쓰는 사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안채아는 늘 참아왔고 반항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지?’ “그냥 집에만 있으니까 내가 점점 멍청해지는 것 같아. 이서야, 나한테 맞는 일자리를 좀 찾아줄 수 있을까?” 다급하게 일을 찾고 싶어 하는 안채아의 태도는 평소와 너무 달랐다. “하율이 아직 어린데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어? 아무리 아이들이 적은 반이라고 해도 선생님은 엄마만큼 세심하진 않잖아.” 안채아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집에만 있으면서 사회와 동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알아, 하지만 아이한테 평생 매달려 있을 순 없잖아.” 안채아의 이 말에 안이서는 더욱 의아해졌다. 평소 아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안채아가 이런 말을 하다니. 평소에 안채아는 하율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어도 계속 집에서 아이와 남편을 돌보겠다고 했었다. “언니답지 않아. 갑자기 왜 이렇게 변한 거야? 혹시 형부가 바람이라도 피우고 있어?” 안이서의 물음에 안채아는 순간 움찔했지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네 형부 그런 사람은 아니야.” 비록 안채아가 이렇게 말했지만, 안이서는 언니가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걸 눈치챘다. ‘혹시 언니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걸까? 아니면 형부가 언니에게 무심한 말이라도 한 걸까?’ “언니, 무슨 일이 있으면 참지 말고 나한테 말해. 나 이제 졸업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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