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유지아 씨..." 정윤동은 드디어 주차장에서 유지아를 따라 잡았다. 유지아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 아무 표정도 없이 차에 뒷좌석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정말 연훈 형이 그 여자랑 둘이 있는 게 괜찮아요?" 정윤동이 물었다. 유지아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을 꽉 닫아버렸다. '내가 또 말실수 한 거야?' 정윤동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얼마 전 유지아가 혼자 나오는 걸 보고 한마디 했었다. "지아 씨... 왜 혼자 나오세요?" 그러더니 유지아의 예쁜 얼굴에 짜증이 더 생겼다. 유지아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는데도 여전히 진연훈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일이 이상해졌다는 걸 눈치채고 얼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지아를 쫓으러 갔었다. "지아 씨, 걱정 마세요. 연훈 형이 자기 관리를 잘하니까 절대 미인계에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정윤동은 운적석에 앉으며 해명했다. "기아연 씨는 정말 진씨 가문 가주가 자리 만들어 준 겁니다. 옛말에 어른 말을 거절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연훈 형이..." "그만하시고 운전하세요." 유지아는 담담하게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정윤동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연훈 형보다 더 무서워... 너무 무서워...' 정윤동은 잠깐 생각해 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우리 연훈 형 좀 기다릴까요?" 유지아가 눈빛을 보내자 정윤동은 바로 손으로 지퍼를 닫는 행동을 했다. 하지만 시동은 걸지 않았다. 유지아는 할 말을 잃었다. 진연훈이랑 기아연이 휴게실에서 둘만 있다고 생각하니 더 짜증이 났다. '내가 정말 괜히 진연훈이랑 같이 왔어.' '집에서 미니피그랑 놀면서 드라마 봤으면 좋았잖아.' "그럼 기다리세요." 유지아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밖에서 문이 열렸다. 훤칠한 남자가 차 문을 막고 있었고 차가운 눈빛으로 유지아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빛을 등지고 있었지만 검은 눈동자가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고 있었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 날 안 기다렸어?" 남자가 물었다. 유지아는 잠깐 멈칫하고 의외라는 생각을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