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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유지아가 놀라운 표정을 하고 있는데 비행기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남자를 구해줄 사람이 온 것이었다. 유지아는 머리 위에 있는 헬기를 쳐다보았다. 헬기 문이 열리고 줄다리가 떨어졌는데 같은 색의 위장복을 입은 남자가 내려오자 그녀는 바로 뒤돌아 도망가 버렸다. 진연훈은 힘들게 몸을 지탱하고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 여기 숨어있었네, 내가 찾으러 올 거야..." - 산 아래의 오래된 초가집. 집 앞에는 검은색의 BMW 두 대가 세워져 있었고 마당에는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거실에서는 유미자가 시에서 온 이씨 가문 사람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이건우, 성여정과 잘 못 데려간 아가씨 이자연이 있었다. 세 사람은 아주 화려하게 차려입고 보석들도 가득 착용했는데 초라하고 갖은 약초가 쌓여있는 거실과 크게 비교되었다. 이자연은 자신의 앞에 놓인 더럽고 낡은 찻잔을 보더니 아주 역겨워했다. 그러고는 거실을 둘러보았는데 색이 바랜 벽이며 땅에서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약초들, 그리고 여름에 에어컨도 없고 그저 낡은 선풍기 하나가 끽끽 소리 내며 돌고 있었는데 그걸 보더니 더 역겨워졌고 거부감이 들었다. '내가 이런 초라한 집 딸일 리가 없어.' '난 이씨 가문 딸이야!" "아빠, 나 너무 더워요, 유지아가 날 만나기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엄마아빠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이자연은 이건우의 팔짱을 끼고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헛소리 하는 거야? 잘 못 안겨 온 게 네 탓도 아닌데, 걔가 왜 널 탓 해!" 이건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오기 전에 이미 유지아를 데려가겠다고 전화 통화를 했었다. 하지만 이자연을 17년이나 키웠기에 정을 떼버릴 수 없어 계속 이씨 가문에서 키우기로 했다. 이자연은 더 억울해서 말했다. "그럼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요..." 그러고는 옆에 있는 유미자를 보며 말했다. "저기요, 유지아 찾으러 가보면 안 돼요? 빨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호칭도 쓰지 않았고 물어보는 거였지만 거의 하인을 대하는 말투였다. 계속 이자연의 행동을 지켜보던 유미자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이건우가 말렸다. "찾을 필요 없어요, 5분만 더 기다릴 겁니다. 그때도 안 오면 저희 가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성여정은 당황해서 찻잔을 내려놓았다. 어렵게 찾은 친딸인데 헛걸음을 할 수 없었기에 말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밖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할머니, 저 왔어요." 그 소리에 모두가 돌아보자 늘씬하고 키가 큰 소녀가 서 있는 걸 보았다. 역광인 채로 문 어구에 서 있었는데 타고난 차가운 모습에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아우라를 품겼다. 소녀가 들어오자 아직 노안이 오지 않은 유미자는 제일 먼저 그녀의 치파오 조각이 없어진 걸 눈치챘다. "지아야, 무슨 일 있었어?" 유미자가 다가가 물었다. 유지아는 유미자를 부추기며 말했다. "외할머니, 저 괜찮아요." 그러면서 머리를 숙여 치파오를 보며 말했다. "옷이... 제가 조심하지 않아 찢어졌어요..." 그제야 사람들은 그녀가 입은 치파오가 아주 더럽혀졌고 비참하게 찢어진 걸 발견했다. 그 모습을 본 이자연은 거부감이 더 심해졌다. '촌구석이라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없네!' '절대 다시는 이곳에 안 와!' "찢어져도 괜찮아, 외할머니가 다시 새로 해줄게." 유미자는 말하고는 돌아서 소개해주었다. "자, 이분은 네 아빠랑 엄마이고 이건 너랑 헷갈린 자매야." 유지아가 시선을 돌리자 제일 먼저 이건우를 보게 되었다. 정장을 차려입었고 머리가 검은색이었고 몸에 살이 조금 붙었고 50이 거의 되었지만 보기에는 40살 초반 같아 보였다. 이건우가 덥고 초라한 곳에 30분이나 넘게 있었는데 딸이 모습이 이렇게 초라한 것도 그렇고 게다가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예의 없는 딸이어서 더 짜증이 났다. 그는 짜증 난 말투로 물었다.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한 거야?" "산에서 내려오다가 조심하지 않아 넘어졌어요." 유지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촘촘한 속눈썹이 원래의 차갑던 눈을 덮어버렸기에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 같았다. 이건우는 유지아가 성유정처럼 예쁘게 생겼고 태도도 좋았기에 더 화내지 않았다. "덜렁거리기는. 가자, 타." 그러고는 일초라도 더 있고 싶지 않다는 듯 바로 돌아섰다. "지아야, 엄마야. 어디 다친 데 없는지 엄마 봐봐." 성여정은 얼른 다가가 유지아의 손을 잡고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했다. 유지아는 아직도 예쁜 성여정을 보았는데 그 걱정스러운 눈빛에서 다정하던 양모를 떠올렸다. "괜찮아요, 감사해요." "엄마, 가요. 아빠 기다려요." 그때, 이자연이 다가가 성여정을 끌고는 가려고 했다. "그래그래." 성여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유지아가 가지 않자 그녀를 보며 물었다. "지아야, 집에 가자. 아빠 기다리셔." 유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유미자한테 작별 인사를 했다. 이자연은 성여정의 안중에 유지아만 있는 걸 보고 아주 불쾌해서 일부러 성여정을 세게 당겼는데 아무 반응이 없자 더 불쾌해졌다. 이자연이 화가 나서 성여정을 뿌리치고 이건우한테 가려고 할 때, 유미자가 그녀를 불렀다. "자연아, 생각 다 했어? 정말 안 남을 거야?" 유미자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유지아는 그제야 이자연을 쳐다보았는데 검은 긴 생머리에, 평범한 외모였지만 몸을 명품으로 치장했기에 재벌 집 딸처럼 보였다. "안 남아요." 이자연은 망설임 없이 거절했고 속으로 비웃음을 쳤다. '내가 부귀영화를 누리지 않고 이런 초라한 곳에서 고생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유미자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돌아가, 시간 나면 와서 네 아빠 봐." 친아빠 말을 꺼내자 이자연은 바로 낯빛이 어두워졌다. 오기 전에, 이씨 가문에서 조사해 보았는데 이자연의 친아빠가 살인자였다! 지금 무기도형을 받고 감옥에서 살고 있었다. "내 아빠는 하나예요, 이건우라고 해요." 이자연은 말하고는 강제로 성여정을 끌고 갔다. 유지아는 할 말을 잃었다. 유미자는 단호하게 떠나는 이자연의 뒷모습을 보고 머리를 저었다. 그러고는 유지아를 보며 말했다. "가봐, 얘야." "네." 유지아는 뒤돌아 외할머니를 안아드리고는 귀에 속삭였다. "내가 아빠 보러 올 게요. 그리고 아빠 억울함도 내가 풀어줄 거예요." 그러고는 유미자가 말릴 틈도 없이 천 가방을 들고 뒤돌아 떠나버렸다. 마당밖에는 차 한 대만 남았고 기사가 차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지아가 다가가자 기사가 문을 열어주었는데 그제야 뒷좌석에 한 사람이 더 있다는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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