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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유지아가 머리를 살짝 돌리자 재떨이가 그녀 귀를 스쳐 지나가 "퍽"하고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성여정은 너무 놀라 부들거렸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지아를 쳐다보았는데 유지아가 괜찮은 걸 보고 이건우한테 사정했다. "건우 씨, 화 풀어. 말로 하면 되잖아, 지아 때리지 마." "비켜, 내가 오늘 제대로 혼내주겠어. 안 그러면 아비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이건우는 성여정을 발로 밀어내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벨트를 꺼내 퍽하고 유지아가 서 있는 양탄자를 내리쳤다. "꿇어!" 유지아는 발에 치여 티테이블에 부딪힌 성여정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빠, 화 풀어요." 이자연은 다가가 이건우를 타이르고 돌아서 유지아를 보며 타일렀다. "지아야, 무릎 꿇고 아빠한테 미안하다고 해. 네가 일부러 도망간 거 아닌 거 알아. 네가 아빠한테 잘 해명하면 아빠가 용서해 줄 거야." "누가 도망쳤다고 그래?" 유지아가 되물었다. 차가운 말투로 이건우를 힐끗 보고는 이자연을 쳐다보았다. 이자연은 유지아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그 차가운 아우라에 자기도 모르게 긴장해 났다. 하지만 그냥 산구석에서 온 촌년이라는 생각을 하니 무서울 게 없었고 유지아가 연기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도망 안 갔는데 왜 전화 끊었어, 왜 전화기 꺼져있냐고? 왜 오후에 연락이 안 된 거냐고?!" 이건우는 오전에 유지아가 전화를 끊은 것만 생각하면 화가 나서 바로 벨트를 들고 때리려 했다. 유지아가 손을 들어 벨트를 잡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달려와 벨트를 막아줬다. 맞은 성여정은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고 다정하게 유지아를 보며 물었다. "지아야, 괜찮아?" 유지아는 휘청거리는 성여정을 잡았는데 마음이 뭉클해 났다. 양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마음을 닫고 세상을 차갑게 대하기만 했다. 하지만 세상에 외할머니 말고 또 이렇게 유지아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건우 씨, 지아 때리지 마, 때릴 거면 나 때려." 성여정은 유지아를 뒤로 보호하며 이건우한테 애원했다. 성여정이 대신 맞을 줄 몰랐던 이건우는 조금 전 벨트를 휘두른 걸 조금은 후회했다. 하지만 오늘 유지아를 혼내지 않으면 자신이 가주로서의 지위가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비켜! 안 그러면 당신도 같이 때릴 거야!" 이건우가 소리쳤다. 이자연도 성여정이 이렇게 유지아를 보호할 줄 몰랐고 그 모습을 보니 질투가 났다. 성여정이 이씨 가문에서 지위가 약하긴 해도 여전히 사모님이었다. 이자연은 이씨 가문 사람들이 유지아한테 잘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고 이 모든 게 원래 자기 거라고 생각했다! "지아야, 일이 이렇게 됐는데 거짓말 그만 해." 이자연은 위하는 척 타일렀다. "미연 선생님이 오늘 시험장에서 널 찾지 못해서 아빠한테 연락한 거야. 지금 학교 홈페이지에서 이 일로 난리가 났어. 우리 이씨 가문 명성에도 안 좋으니까 얼른 상황 설명해. 그래야 아빠도 어떻게 처리할지 대책을 세우지." 이자연은 아주 애걸복걸 타이르는 것 같았지만 하는 말마다 모두 이건우한테 오늘 유지아가 도망간 일이 캐빈 국제학원 홈페이지에 소문났다는 걸 귀띔해 주고 있었다. 모두 이씨 가문이랑 유지아를 욕 하고 있었고 아마 내일이면 B 시 사람들이 모두 이씨 가문 양딸이 시험장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을 알게 될 것이다. 이건우는 체면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씨 가문 체면이 깎이는 걸 제일 싫어했다. "네가 일부러 이씨 가문 체면을 깎으려고 그런 거지!" 그러면서 다시 벨트를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성여정은 유지아를 지키려고 했는데 유지아가 막아 나섰다. 유지아는 왼손을 들어 벨트를 잡고 말했다. "내일 성적이 공개되면 여론도 사라질 겁니다." "말이야 참 쉽지! 그러게 왜 도망갔는데?!" 이건우가 큰 소리로 혼냈다. "내일 아침에 나랑 같이 캐빈에 가서 학원 측에 진진하게 사과해!" 유지아는 할 말을 잃었다. '대체 도망치지 않았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해?!' 이건우는 돌아서 이자연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자연아, 네가 윤택 도련님한테 사정해서 캐빈 홍보팀에서 그 글 내리게 해줘!" 고윤택은 이자연의 약혼자였다. 그의 어머니가 4대 가문 수장인 진씨 가문의 친척이었기에 B 시에서 고씨 가문도 지위가 꽤 높았다. 고윤택이 나서서 사정하면 학교 홍보팀에서도 체면을 봐줄 것이다. "네, 아빠." 이자연은 착한 모습으로 알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교활하게 웃었다. '내일 내가 유지아 명성에 제대로 먹칠할 거야, 너 절대 B 시에서 살지 못하게 할 거야.' 그렇게 되면 명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씨 가문에서 친딸을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었다! - 이튿날 아침. 이건우는 이자연과 함께 교감 사무실에 도착했다. 나 주임과 미연 선생님이 이미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이분은 나 주임님이고 이분은 미연 선생님이에요, 이번 학기 제 담임 선생님입니다." 이자연이 소개했다. "나 주임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건우는 웃으며 자연스럽게 악수했다. "안녕하세요." 나 주임도 열정적으로 악수하며 말했다. "이자연 학생의 가장이니 유지아 학생 보호자이기도 하겠네요?" 그 말을 들은 이건우는 고윤택이 모두 준비해 놓았다는 걸 눈치채고는 다른 손으로 호주머니에서 큰 돈봉투를 꺼내 나 주임한테 주었다. "나 주임님, 정말 죄송해요. 제 양딸이 철이 없어서 학교를 많이 번거롭게 했네요. 나 주임님께서 용서해 주세요." 돈봉투를 본 나 주임은 바로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다. 많은 부모들이 선생님한테 자기 자식을 잘 보살펴달라는 의미로 돈봉투를 건네곤 했다. 하지만 캐빈 국제학원에서는 뇌물을 받으면 안 된다는 명확한 규정이 있었다. 게다가 유지아는 원장이 특별히 관심을 가진 학생이라 더욱 안 되었다. "이런 행동은 불법입니다." 나 주임은 진지한 표정으로 돈봉투를 다시 밀어냈다. 이건우는 나 주임이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돈봉투가 "텅"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소리로 들어 아주 두꺼운 돈봉투였다. 그 소리에 모두 그들을 쳐다보았다. 순간, 이건우는 낯이 뜨거워 났다.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치 뺨이라도 맞은 듯 얼얼했다. 그는 원망과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이자연을 쳐다보았다. '고윤택이 다 준비했다면서?' 이자연도 그 눈빛에 깜짝 놀랐다. '왜 예상했던 거랑 다른 거야?' "어머, 이렇게 북적북적해요?" 그때, 사무실 밖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유지아가 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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