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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이다빈은 피하지 않고 재빨리 손을 뻗어 상대의 손목을 잡았다. 손을 따라 팔꿈치를 쓸어 올리더니 앞으로 몇 발자국 나간 후 양손을 앞으로 튕기며 힘을 줬다. 보기에는 쉬운 동작 같았지만 이내 장준표를 쳐냈다. 장준표는 아연실색하는 얼굴로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이 순간 공원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대단해! 진짜 고수야! 이 두 수의 손놀림은 정말 훌륭해! 그야말로 사람의 혼을 빼놓을 경지이니까!” 주수천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외쳤다. 김 영감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뚫어지게 바라봤다. 입은 거위 알 하나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떡 벌어졌다. 다른 할아버지들도 많이 놀란 듯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이 두 수는 사실 그들이 두 명씩 짝지어 연습하던 것이다. 하지만 연습과 표현에만 국한될 뿐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눈앞에 여자아이가 보여준 것은 달랐다. 그녀는 지금 실전에서 이 수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어! 분명 운이 좋은 것일 거야!” 주연희는 자기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믿지 않았다. 장준표와 겨뤄서이길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장준표는 할아버지가 특별히 고수들 중에서 고른 고수 중의 고수이다. “장준표, 멍하니 있지 말고 어서 손을 써!” “네!” 장준표는 마음을 가다듬은 뒤 우왕좌왕하며 다시 이다빈을 향해 돌진했다. 이다빈은 느긋하게 오른팔을 휘두르며 장준표가 내민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왼쪽 주먹이 오른쪽 팔꿈치 아래로 지나더니 상대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악.” 장준표가 통곡하며 소리쳤다. 할아버지들은 다시 한번 감탄을 내뱉었다. “팔꿈치로 이렇게 손을 쓸 줄은 몰랐어요! 정말 대단해요. 대단해!” 두 번 연거푸 당한 장준표는 체면이 완전히 구겨져 이를 악물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이다빈을 향해 다시 한번 돌진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쓰고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결국 모두 헛수고였다. 이다빈은 등을 홱 돌려 오른쪽 다리를 움직이더니 어느새 장준표를 쓰러뜨렸다. 장준표는 뼈가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몸의 근육이 쑤시고 떨렸다. 더 이상 자리에서 일어설 수도 없었다. 주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주수천은 앞으로 걸어 나가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대가님,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이다빈이라고 합니다.” 자기소개를 마친 후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저는 대가가 아닙니다. 그저 재미 삼아 무술을 하는 것뿐이죠. 아침 운동 삼아 하는 것입니다.” 아침 운동 삼아 하는 것으로 절정의 실력에 달할 수 있단 말인가? 주수천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연희를 뒤돌아보았다. “연희야, 방금 이 대가에게 무례하게 대한 것을 사과해야 하지 않겠니?” 주연희는 그 자리에 꼼짝 많고 서 있었다. 주수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에 손녀를 응석받이로 키우다 보니 계집애가 멋도 모르고 실력자에게 함부로 대들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아직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주연희가 걸음을 옮겼다. 이다빈 앞에 다가오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스승님, 제자의 절을 받아주세요.” 주수천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이다빈도 깜짝 놀랐다. 눈앞의 주연희에게는 더 이상 조금 전의 경멸과 혐오가 보이지 않았다. 오롯이 그녀를 우러러볼 뿐이다. “스승님, 저도 무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주연희는 이다빈에게 진심으로 탄복했다. 누가 여자가 남자보다 못하다고 했는가!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무협 장르를 좋아했다. 특히 여자가 검을 들고 하늘을 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더없이 동경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누가 마음을 가다듬고 무술을 익히겠는가? 여자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금 이다빈이 장준표에게 한 방 날리는 장면은 주연희에게 아주 큰 충격을 주었다. 이다빈이 시간을 힐끗 보니 시계는 벌써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각이다. “무술을 배우고 싶으면 아무나 찾아서 배우면 돼. 나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겠어.” 말이 끝나자마자 이다빈은 바로 돌아섰다. 이다빈이 떠나는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주연희는 옆에 있던 장준표에게 말했다. “사람을 시켜 스승님에 관해 좀 알아봐. 명심해, 스승님이 알면 안 돼. 폐를 끼쳐서는 더더욱 안 되고. 그리고 앞으로 스승님을 만나면 나보다 10배 더 공손하게 대해야 해. 아니다, 백배! 백배는 더 공손해야 해.” 이다빈은 주연희가 자신을 조사하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학교에 도착했다. 시간은 이미 8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이다빈을 본 수학 선생님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너 또 내 1교시 수업에 지각하니? 내가 잘 가르치지 못한다고 반항하는 거야? 그래서 수업을 못 듣겠어?!” 그때 한 학생이 손을 들며 일어나 말했다. “선생님, 이다빈은 선생님을 겨냥한 게 아닙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첫 수업, 어쩌면 두 번째 수업에도 늦을 때가 있어요. 며칠 동안 오지 않을 때도 많고요.” 수학 선생님은 너무 답답한 나머지 목이 메었다. 물론 이 학생의 한 마디에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이다빈, 너 몇 살인데 아직도 매일 빈둥빈둥 놀며 지각이나 하고 있어? 계속 이대로 있으면 고등학교는 졸업할 수 있겠어? 대학에 합격할 수 있기나 하겠어? 나에게 너 같은 딸이 있었으면...” “선생님, 들어가도 될까요? 이미 2분 동안 여기에 서 있었어요.” 이다빈은 자신의 자리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수학 선생님은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다시 삼켰다. 아무리 화가 나도 학생들을 체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체벌할 수 없다고 해도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다빈, 자리에 앉을 생각만 하지 말고 여기 와서 칠판에 있는 방정식 좀 풀어봐.” 칠판에는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문제가 적혀져 있었다. 수학 선생님의 눈에 이다빈 같은 날라리는 절대 풀 수 없었다. “네.” 칠판 앞으로 나간 이다빈은 분필을 들더니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답을 써 내려갔다. “다 풀었습니다.” 수학 선생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답이었다.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나머지 몇 문제도 다 풀어.” 이다빈같이 공부에 재능이 없는 학생이 진짜로 방정식을 풀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았다. 이다빈은 칠판의 문제를 훑어보더니 미간을 찡그렸다. 이런 이다빈의 모습에 수학 선생님의 입꼬리가 양옆으로 올라갔다. “왜? 못하겠어? 할 줄 모르면 수업이나 잘 들어. 걸핏하면 결석하거나 지각하지 말고!” “아니요.” 이다빈은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분필을 집어 들더니 이전과 마찬가지로 1초도 생각하지 않고 거침없이 문제를 풀었다. 총 다섯 문제였고 모두 정확히 답을 맞혔다. 수학 선생님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에 그저 답답해했다. “너는 다 알면서 왜 방금 인상을 찌푸리면서 꼼짝도 하지 않은 것인데?” “너무 쉬워서요. 이런 어린애들이나 푸는 문제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다빈은 사실대로 답했다. “하...” 수학 선생님은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낸 문제가 쉽다고? 그럼 어디 한 번 이 문제를 풀어봐. 못 풀면 뒤에 가서 벌이나 서 있어!” 수학 선생님은 칠판에 난도가 매우 높은 수학올림피아드 문제를 썼다. 어떤 학생들은 단번에 알아챘다. “올림피아드 문제인 것 같아. 내가 올림피아드 수업에서 봤는데 아무도 못 풀었어.” “설마, 선생님이 일부러 이다빈을 곤란하게 하려고 이런 문제를 내신 걸까?” “아까 한 말 못 들었어? 내가 선생님이었어도 분명 화가 났을 거야.” “지켜봐, 이다빈. 저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다가는 분명 큰코다칠 거야.” 학생들은 분분히 의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학 선생님은 어안이 벙벙하여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칠판을 바라봤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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