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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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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장 멀어지다

그 말에 강유나는 멈칫하고는 대충 "응"하고 답했다. "알아." 다른 말이 없었다. 진영재는 답하지 않고는 조용히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자세를 고쳐 앉았고 아무 말하지 않았다. 순간, 차 안에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두 사람이 병원대문을 나와서부터 오는 내내, 서로 그동안 있었던 일에 관해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침묵을 지켰다. 원래는 마음을 열지는 못해도 싸울 수는 있었던 사이가 또 한 번 멀어져 버렸다. 아무도 선을 넘지 않았다. 길은 여전히 막혔고 창밖에서 경찰차 소리가 들렸다. 아마 앞에서 교통사고가 난 것 같았다. 진영재는 별다른 표정 없이 턱을 살짝 들고 갑자기 물었다. "원단에 뭐 할 거야?" 원단이라는 말에 그녀의 입가에 번졌던 미소가 사라졌고 그녀는 망설이다가 답했다. "별다른 계획 없어." 전에는 그래도 김선영과 의지할 수 있었고, 아니면 진씨 가문에서 같이 보냈지만 지금은 혼자였기에, 이런 명절도 그녀한테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명절은 그녀한테 그저 날짜였고 숫자였고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 "넌?" 강유나가 진영재를 힐끗 보았다. "설인데, 안 돌아가?" 진씨 가문은 규정이 있었다. 설이면 무조건 모두가 집에 가야 했기에 해외에 있는 진호영도 매번 돌아왔었다. 그녀는 사실 진영재와 진씨 가문의 사이를 떠보려고 물은 것이었는데 진영재는 그저 웃을 뿐 별다른 표정 없이 말했다. "아주 매일 날 가라고 재촉하네." 다른 말은 없었다. 교통 체증이 사라지려면 오래 걸려야 했기에 진영재는 의자로 기댔고, 히터를 켠 차 안이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가 손을 내밀어 밖의 온도를 느끼려고 했는데 무의식적으로 강유나가 조수석에 쪼그리고 앉아 연한 노란색의 스웨터를 턱까지 잡아당기는 걸 보았다.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진영재는 멈칫했고, 강유나가 마침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주먹을 쥐었고 마치 손목을 움직였다는 것처럼 손을 다시 거두었다. 강유나도 그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고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말했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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