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에:: Webfic
제4장 순결을 잃다
강유나는 북방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고등학생이었던 여름, 마을에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대규모로 몰려왔다.
진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위독했는데 고향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기에 그 유언에 따라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거였다. 그들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편안히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돌아온 거였다.
강유나는 그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
그녀의 엄마가 마을에서 유명한 장례식 전문인이었고 생계를 위해 바쁘게 돌아다녔고 강유나를 데리고 거의 모든 장례식장을 다녔었다.
진씨 가문에서 특별히 사람을 보내 강유나의 엄마를 초대했다.
하지만 강유나는 이번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그녀를 집요하게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듣자 하니, 그는 진씨 가문의 젊은 일대의 장남이었고 진호영이었는데 다들 호영 도련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더운 여름이라 강유나가 얇은 티셔츠만 입었기에 볼록한 가슴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진호영은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게슴츠레 뜬 눈에서 점점 사악함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유나라고 했나? 참 예쁘네."
강유나의 의미를 모를 그의 눈빛에 겁을 먹고는 덤덤하게 "네"하고 답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이 가고 나서 그녀는 가기 싫다고 핑계를 댔지만 김선영이 돈을 움켜쥐고는 목을 빼들고 그녀를 욕했다.
"네가 안 하면 누가 해? 일찍 죽은 네 아비가 해, 아니면 네 동생이 할까?"
그때 아버지가 병으로 일찍 돌아가셨고 남동생은 아직 갓난아기였기에 집안 상황이 아주 어려워서 그녀가 도와야만 했다.
초가을이 되자마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마침 백세였기에 진씨 가문들은 아주 북적였다.
호상이었고 좋은 일이었다.
진씨 가문에 조문을 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김선영은 앞마당에서 울며 장례를 치렀고 강유나는 뒤뜰의 무덤 옆에 무릎을 꿇고 종이를 태우고 있었다.
오후였고 날이 우중충했기에 바람이 불자 종이가 날려갔다.
강유나는 눈을 깜빡이며, 튀어나간 불꽃에 불이 붙을까 걱정되어 급히 물건을 찾아 불을 끄려고 했다.
뒤뜰에는 사람이 적었다. 강유나가 모퉁이를 도는데,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그녀의 입을 막고는 그녀를 방으로 끌고 갔다.
그녀는 바닥에 던져졌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진호영이 덮치면서 그녀의 바지를 잡아당기는 거였다.
진호영은 그녀가 소리를 지를까 봐 그녀의 입을 꽉 막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
"우리 동생, 정말 하얗네."
강유나는 놀라서 옆에서 물건을 집어 보지도 않고 진호영의 얼굴에 던지고는 재빨리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하필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다.
일하러 온 아주머니가 눈치 빠르게 물었다.
"왜 그래, 바지가 왜 찢어졌어?"
이윽고 진호영의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사람들이 소리를 따라 보자 마침 그가 바지를 들고 밖으로 뛰어나오는 걸 보았다.
하여, 진씨 가문의 호상이 사고가 돼버렸고, 이웃들이 모두 그걸 봐버렸다.
하룻밤 사이에 강유나가 순결을 잃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김선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강유나가 천박하다며 욕했지만 그녀가 아무리 해명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김선영은 어디서 방법을 생각했는지, 기자들을 불러 진씨 가문 앞에 현수막을 걸고 난리를 쳤다.
울며 불며 진씨 가문한테 책임지라고 했다.
하지만 일이 터지도 나서야, 진호영이 밖에서 사고를 쳐서 잠재우려고 일부러 그를 데려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회사 여직원을 성추행했는데 그 가족에서 신고를 했기에 진씨 가문에서 수많은 돈을 써서야 겨우 일을 해결했다.
그가 다시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뼛속깊이 더러운 상습범인 줄 몰랐던 거였다!
모두 진영철이 너무 오냐오냐해준 결과였다.
진영철은 가문의 불행이라면서 진호영을 데려오라고 했지만 그가 물건을 챙겨 야반도주를 해버렸다.
아무 소식도 없었다.
진호영이 연속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켰기에 진우 그룹의 주가가 계속 떨어졌고 진영철이 거의 버티지 못할 뻔했다.
그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김선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기에 무조건 진씨 가문에서 강유나를 며느리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세월에 그 정도 이익은 성에도 안 찼다.
강유나가 자살시도를 한 번 했었지만 실패했었다.
목을 매달자마자 갑자기 누군가 창문으로 들어오더니 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를 내려놓았다.
강유나가 숨을 고르는데 그가 그녀한테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 난 진영재야, 네 남자야."
그녀가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가려는데 마침 흐뭇해하면서 들어오는 김선영과 진씨 가문 사람들을 보았다.
진씨 가문에서 예물을 들고 온 거였다.
하지만 약혼자는 진호영이 아니라 갓 집에 데려온 소년 진영재였다.
진영철은 진호영이 나이가 많고, 진영재가 강유나와 나이가 비슷해서 감정을 쌓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강유나는 황당했고 병원에 가서 검사할 수 있다고 했지만 김선영이 그녀의 바지를 들고 대놓고 물었다.
"그럼 말해 봐, 생리도 안 왔는데 바지에 묻은 피는 뭐야!"
강유나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기에 그 일은 그렇게 흐지부지 정해졌다.
이 여론을 잠재우는 대가가 바로, 강유나가 김선영 때문에 강제로 자신이 진호영을 꼬셨다고 인정해야 하는 거였다.
그리고 김선영은 아들을 데리고 소원대로 진씨 가문 본가에 입주했고 사람들의 시중을 받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강유나를 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진호영의 말을 꺼내가 강유나는 낯빛이 새하얘져서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
"했는지 안 했는지 네가 몰라?"
그 말을 들은 진영재는 습관적으로 눈썹을 치켜올렸고, 고개를 기울이고 그녀를 비웃듯이 쳐다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래서?"
강유나는 멍해졌다. 진영재의 경멸적인 표정을 보자, 그녀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그의 표정은 마치, 요즘에 처녀막을 다시 만드는 게 어렵지도 않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