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에:: Webfic
제2장 닥쳐
오기 전, 강유나의 기분이 아주 안 좋았기에 오는 내내 그 스티커를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 보게 되자, 차문을 열려던 그녀는 멈칫했고, 오후에 SNS에서 같은 각도의 사진을 봤던 게 떠올랐다.
그녀는 멈칫하고는 휴대폰을 꺼내 SNS를 뒤져보았고 결국 민연서라는 이름에서 멈췄다.
SNS는 현실과 똑같았다. 그 사진은 확실히 민연서가 진영재의 차에서 찍은 거였다.
강유나는 얼굴이 새하얘졌다.
민연서는 진영재가 유일하게 공개했던 전 여자 친구였다.
그녀는 성격이 도도했고 외모도 화려했지만, 내면의 자존심과는 달리 귀여운 걸 좋아해서 프로필 사진까지 곰돌이었다.
그녀를 떠올리자 강유나는 갑자기 가슴이 찌릿했다.
진영재가 어렸을 때는 성격이 자유롭고 거침없었으며, 주변에 항상 여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민연서 선배를 만나고 나서 이상하게도 마음을 가다듬고는 그녀 곁을 지켰는데 마치 완벽한 남자 친구 같았다.
하지만 진영재가 제일 빠져 있었을 때, 민연서가 갑자기 출국하면서 이별을 고했다.
그녀의 속도가 너무 빨랐기에 진영재가 반응도 하기 전에 이미 이별을 당했고 그녀는 해외로 떠났다.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다.
그 동안 강유나는 옆에서 진영재가 오래도록 속상해하는 걸 직접 보았었다.
그는 속상해서 매일 술에 잔뜩 취해 있었고 강유나는 마치 시종처럼 그의 뒤치다꺼리를 했다.
나중에 진영재가 한동안 사라졌었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나타나서는 갑자기 이상해져서는 강유나의 손을 잡고 장담했다.
"여보야."
그는 사람을 홀리는 눈매를 하고는 부끄럼 없이 그런 말을 내뱉었다.
"앞으로 우리 둘이 잘 살자."
그 말에 강유나는 볼과 귀가 새빨개져서는 그를 밀어냈는데 그의 눈빛에 깃든 싸늘함은 보지 못했다.
"누가 네 여보야?"
그날부터 진영재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지만 강유나와의 혼약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
강유나는 뭐가 이상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진영재까지도 두 사람이 하늘의 뜻을 받아 언젠가는 같이 할 거라고 했었다.
진영재가 강유나한테 빚졌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진영재는 강유나를 데리고 활보했지만, 그 일 때문에 그녀는 몇 년 동안 내연녀라는 욕을 들어야 했다.
사람들은 모두 진영재가 바람을 피웠고, 강유나가 뻔뻔하게 그 관계에 끼어들어, 민연서가 학교를 떠난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진영재가 가문이 대단한 재벌 2세였고, 학교에서 전설적인 존재라 아무도 건드릴 수 없었기에 강유나만 그 불행을 겪어야 했다.
학교폭력은 강유나의 악몽이었다. 진영재가 몇 번이나 마주쳤지만 무시하며 지나쳤다.
그가 담담하게 말했었다.
"자기한테서 이유를 찾아야 해, 왜 다른 사람이 아닌 너를 괴롭히겠어?"
강유나는 그 말에 마음이 차가워졌다.
그래서 민연서의 이름이 가시처럼 그녀의 가슴에 박혔고 매번 그 가시를 뽑아내려고 할 때마다 문제가 생기곤 했다.
그런데 지금 그 가시가 다시 단단하게 자랐다.
강유나는 SNS의 사진을 떠올렸고 민연서가 귀국했고 진영재를 만났다는 걸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도 얼마 전에 바로 뒹굴었던 그의 차에서 말이다.
언제 적 일이지?
오후에 진영재한테 연락했을 때,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고 비서는 그가 돌아오는 비행기에 있다고 했었다.
강유나는 마음이 반쯤 차가워졌고, 눈에 거슬리는 그 노란색 스티커를 보며 물었다.
"영재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말하면서 손으로 사이드미러에 붙어 있는 노란색 스티커를 가리키며 애써 웃으며 씁쓸하게 말했다.
"너 차에 이런 거 하는 거 제일 싫어하지 않아?"
이 순간에도 강유나는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지만 여전히 희망은 안고 있었다.
그녀가 진영재랑 갓 연애를 시작했을 때, 소녀 감성과 소유욕이 함께 뒤섞여, 인터넷에서 본 대로 조수석에 "여자 친구 전용"이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 자랑하기도 전에, 진영재가 표정이 굳어져서는 그녀를 차에서 쫓아냈다.
차문을 닫는 순간, 진영재는 차가운 얼굴로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창문을 내리더니,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스티커를 모두 떼어내 뭉쳐서 버리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유나, 갑자기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고는 놀라서 눈물범벅이 된 강유나를 무시하고는 액셀을 밟고 바로 떠나버렸다.
나중에 기분이 좋아진 진영재는 또 용서를 구하려고 찾아왔다.
"유나야, 난 그냥 싫어서 그런 거야."
진영재는 여자를 아주 잘 달랬다. 강유나는 그가 남자라서 좋아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그녀는 진영재가 차를 팔아버린 걸 보았다.
강유나가 따져 묻자 진영재는 덤덤하게 그녀를 힐끗 보고는 스티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 오전 10시."
진영재는 차 문을 닫고 안전벨트를 매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병원에서 기다려."
강유나는 멈칫했고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는데 진영재가 마침 머리를 돌렸기에 두 사람은 그렇게 눈을 마주쳤다.
그는 마치 공적인 일을 하듯 아주 평온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줌마 보러 갈게."
강유나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진영재를 아주 잘 알았다. 지금 이렇게 말을 돌리며 스티커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건, 분명히 뺨을 때리고 사탕을 주는 격이었다.
그녀한테 닥치라고 경고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