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그 고용인은 여지안이 왜 그런 걸 묻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사실대로 대답했다. “유미나라고 해요.” 이내 집사가 걸어 내려오더니 입을 열었다. “어르신, 여사님. 여지안 씨 방 드레스룸 가장 안쪽 서랍에서 이것들을 찾았습니다.” 검은색 비닐봉투 안에는 옥팔찌 하나, 보석 목걸이와 팔찌가 하나 들어 있었다. 바로 이서연이 잃어버린 보석들이었다. 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 여지안의 방에서 정말로 물건을 찾아내다니? 이서연은 분노에 찬 얼굴을 했다. “안해천, 무슨 할 말 더 있어? 당신이 아들에게 어떤 여자를 찾아줬는지 한 번 봐봐. 촌구석에서 온 것도 모자라 행실도 깔끔하지가 않잖아!” “지안이가 한 짓일 리 없어.” 안해천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방지아도 옆에서 가식적인 투로 말했다. “맞아요,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요?” 현장은 순식간에 팽팽하게 굳어버렸고 바로 그때, 안서진이 나서며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지문 채취를 의뢰해보죠.” 만약 여지안이 한 짓이라면 보석에 그녀의 지문이 있을 게 분명했다. 여지안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안해천은 경찰서에서 경관을 불러왔다. 이서연은 안해천을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좋아, 만약 쟤가 훔친거라면 여지안은 반드시 혼약을 취소하고 안씨 가문을 떠나야 할 거야.’ 안해천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여지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감정에는 시간이 필요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식당으로 가 식사를 시작했다. 자리에 앉은 뒤, 안해천과 이서연이 오기 전 안명진은 고소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여지안 씨, 인생 마지막 만찬일 지도 모르니 잘 즐겨둬요.” “당신도 잘 즐겨둬요. 제가 내일도 안씨 가문에 있게 된다면 아저씨에게 당신을 내쫓으라고 할 거니까요.” “꿈도 꾸지 마!” 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안명진은 조금 불안해졌다. 만약 여지안이 보석을 훔친 게 아니라면 안해천의 여지안을 향한 애정을 봤을 때 자신을 쫓아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자 감정 결과가 나왔다. 옥 팔찌에도, 안해천과 이서연의 방에도 모두 여지안의 지문이 있었다. 안해천은 곧 죽어도 그 결과를 믿지 않았다. “역시 너였구나, 여지안? 이제 뭐라고 변명할래? 집사, 저 도둑놈 물건들 전부 정리해서 쫓아내버려.” “잠깐만요.” 자리에서 일어난 여지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훔치지 않았어요.” 자세히 회상해보니 문 손잡이에 얇은 막이 붙어 있었던 듯 한데 오늘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던 걸 보면 그런 식으로 지문을 확보에 옥팔찌에 찍어둔 것 같았다. 이서연은 냉소를 흘렸다. “하, 증거가 이렇게 눈 앞에 펼쳐져 있는데, 무슨 핑계를 대려고?” “제겐 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증거가 있어요. 아주머니, 그 옥 잠깐 빌려주세요.” 사람들이 여지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녀는 침착하게 테이블 위의 옥을 들어 팔에 끼웠다. “여지안, 뭐하려는 거야?” 여지안은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불빛 아래에서 하얗던 팔목이 별안간 발갛게 부어오르는 게 보였다. 찌를 듯 아프고 괴로울 정도로 가려운 느낌이 여지안의 머리로 전해졌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옥이 확실히 좋은 옥이네요. 전 좋은 옥일수록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지는 체질이거든요.” 안해천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바보 같은 녀석, 옥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면서 왜 그걸 만져. 얼른 벗어.” 이순간 여지안의 팔목은 완전히 붓다 못해 살갗이 까지기 시작했고 옥을 들었던 두 손가락에 마저 붉은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옥을 벗은 뒤 여지안은 이서연을 향해 서늘하게 웃었다. “이 증상은 사흘은 돼야 가라앉아요. 그러니까 그건 제가 훔친 게 아닙니다.” “네가 장갑을 꼈을 수도 있잖아?” 이서연은 여전히 물고 늘어졌다. “장갑을 꼈다면 팔찌에 어떻게 제 지문이 남아 있겠어요?” 이서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