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집에 돌아오자 거실은 시끌벅적했다. 이서연을 포함한 안시 가문의 다른 네 사람도 모두 자리에 있었다. 소파에는 여지안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도 한 명 있었다. 정장 원피스 차림의 그녀는 척 보기에도 부잣집 아가씨로 보였다. “서진이 왔니? 와서 앉아. 지아 오늘 막 귀국했대. 비행기 내리자마자 온 거야.”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안서진에게 인사를 건넸고 남자는 담담하게 한 마디 대꾸했다. 조금 낙담해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돌려 여지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여지안이죠? 안녕하세요, 전 방지아라고 해요. 서진이랑 다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으니 앞으로는 우리도 친구해요. 강성에 있으면서 심심할 때면 저한테 연락해요.” 방지아는 방금 전의 대화속에서 여지안이 예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렇게 너무 할 정도로 예쁠 거라고는 예상치도 못했다. 생얼인 얼굴은 하얗다 못해 잡티 하나 없어 여자라면 질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지안은 일찍이 그녀의 속셈을 훤하게 꿰뚫고 있어 담담하게 한 마디 대꾸했다. “네.” 바로 그때, 안해천도 돌아왔다. 방씨 가문과 안씨 가문은 오랜 친우 사이라 안해천은 방지아에게 몹시 친절했다.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여지안은 무심하게 끄트머리에 앉아 식사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잇었다. 바로 그때, 이서연이 입을 열었다. “참, 지아야. 얼마전에 네가 온다는 소리 듣고 쇼핑하면서 특별히 네 걸 여러 개 샀어. 아주머니가 가져다줄게.” 위층으로 올라갔던 이서연은 잔뜩 불쾌한 얼굴로 안해천을 향해 물었다. “내가 서랍에 넣어뒀던 새로 산 액세서리 어디갔어?” “내가 어떻게 알아?” 안해천이 반문했다. 이서연은 다섯 아들을 쳐다봤다. “너희들이 가져간 거니?”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정말 이상하네,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방지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주머니, 도둑맞은 건 아니겠죠?” “누가 겁도 없이 그런 짓을 한 거야?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얌전히 내놓고 안씨 가문에서 나가버려. 안그럼 감방에 처 넣을 줄 알아!” 아무도 인정하지 않자 이서연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집사, 방 하나 하나 전부 수색해.” 한창 휴대폰을 하고 있던 방지안은 그 말을 듣자 별안간 흥미가 돋았다. 한시간 뒤, 집사가 사람들을 이끌고 고용인의 방들을 수색했지만 잃어버린 액세서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이 집사가 우물쭈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사모님, 고용인들 제외하고는 여지안 씨 방만 수색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때, 한 고용인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사모님, 어제 저희가 CCTV가 고장났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여지안 씨가 마침 지나가고 있었어요. 오후에는 여지안 씨가 두 분 방에서 나오는 것도 직접 목격했고요.” 그 말은 여지안이 CCTV가 고장난 것을 알면서도 안해천과 이서연의 방에 들어갔으니 혐의가 가장 크다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들은 이서연은 순간 한껏 분노에 찬 얼굴을 했다. “여지안, 어제 왜 네 아저씨가 주는 카드를 거절하나 했더니, 겉으로는 고상한 척 뒤로는 이딴 짓이나 하고 있었던 거야? 집사, 당장 쟤 방 수색해.” 안해천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허튼 소리, 지안이가 그런 사람일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왜 없어? 안해천, 당신이 쟤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그래? 저런 촌구석에서 나온 애가 무슨 짓인들 못하겠어? 어제 오후에 집에 쟤밖에 없었으니까 쟤 혐의가 가장 크지!” 여지안은 평온한 얼굴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아저씨. 수색하라고 해요.” 일이 시작됐을 때부터 여지안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한 음모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계획한 건지는 곧 알게 될 터였다. 집사는 고용인들을 이끌고 여지안의 방으로 향했고 다른 살마들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여지안은 자신을 지목한 고용인을 쳐다보며 냉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신, 이름이 뭐에요?” 자신은 안해천과 이서연의 방에 들어간 적이 없는데 왜 자신을 모함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