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그래? 그럼 넌 누군데? 안명진은 너를 알아? 너는 뭐 어울려?”
여자의 얼굴이 굳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
“감히 안명진을 따라 학교까지 오다니, 어디 오늘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안명진은 여지안이 화장실안에 갇혔다는 소리를 듣자 조금 내키지않는 기색으로 그쪽으로 향했다. 만약 아버지의 당부가 아니었다면 그런 여자는 신경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화장실에 도착한 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
나정연을 비롯한 사람들은 학교에서 양아치로 유명한 사람들로 집안의 힘을 이용해 사람들을 괴롭히기 좋아했다. 그러나 지금 그 사람들은 처참한 꼴로 화장실에서 도망쳐 나오고 있었다.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있는 사람, 머리카락이 젖어 엉망인 사람….
안명진은 입꼬리가 다 떨려왔다.
여지안은 느긋하게 걸어나왔다. 몸에는 여전히 아침에 입었던 그 검은 티였고, 높게 묶은 포니테일은 젊고 활기차 보였으며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아 보였다.
“저 사람들….”
안명진은 황급히 도망가는 나정연 패거리를 쳐다봤다.
“때리려고 하길래, 제가 때렸어요.”
안명진이 알기로 나정연은 복싱을 배운 유단자였다!
여지안은 여전히 무심하게 대답했다.
“몰랐는데 그쪽은 인품이 별로인데도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네요. 저 사람들은 머리가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안목도 안 좋은 것 같아요.”
“!!!”
애초에 저 여자를 신경 쓰는 게 아니었다!
그러다 오후가 되자 아무도 여지안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었다. 마지막 수업은 체육 수업으로 여지안은 운동장에 앉아 소년들이 농구 경기를 하는 것을 지켜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은근하게 아파와 여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주기를 깜빡했다….
여지안은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었지만 생리가 오는 것만은 제일 싫어했다. 매번 생리통으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배를 움켜쥐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벗어난 그녀는 학교 입구 쪽에 있는 슈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뒤에서 누군가가 계속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두시간 뒤, 안서진이 이쪽의 업무를 끝내자 비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대표님, 알아냈습니다. 어제 죽음의 협곡에서 대표님의 기록을 깬 사람은 여지안 씨입니다.”
“누구라고?”
안서진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여지안 씨입니다.”
어떤 문제를 마주하든 늘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던 안서진은 지금 몹시 경악했다.
여지안이라니? 어제 안우진과 함께 있었던 거 아닌가?
안서진의 취미는 바로 레이싱이었다. 안서진도 자신이 1년 넘게 유지한 기록을 깨버린 사람이 누구인지 몹시 궁금해 회사에 오자마자 비서에게 조사를 지시했었다.
조사 결과는 정말로 예상 밖이었다.
여지안, 이 여자는 정말로 신기한 여자였다. 그렇게 생각한 안서진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바로 그때, 테이블 위의 휴대폰이 울렸다.
“형, 큰일났어. 여지안이 실종됐어!”
안명진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여지안이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 여지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별장의 고용인에게 물어봐도 여지안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고 있었다. 감히 안해천에게 알릴 엄두는 나지 않아 하는 수없이 안서진부터 찾은 것이다.
휴대폰 너머, 그 말을 들은 안서진은 낯빛이 돌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