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7화 ‘불쌍한’ 임영은

침실. 설도엽이 도망친 후로 임영은은 내내 혼란스러웠다. 경찰이 그녀를 오랫동안 심문했지만, 그녀는 마치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이 무고한 피해자 행세를 했다. 또 정신이 나간 척하며 아무런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경찰이 떠난 뒤, 영은은 기절하듯 침대에 쓰러졌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기다란 창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평소에 아름답기만 했던 하늘은 칼에 잘려 산산조각이 났고, 바스락거리는 나무의 그림자는 사람을 잡아먹는 악마가 되어 그녀를 위협했다. 갑자기 광풍이 불어 창살이 ‘탁탁’ 하는 소리를 내었고, 곧 침실의 창문이 깨질 것만 같았다. 영은은 자기도 모르게 침대 구석으로 가 몸을 웅크렸다.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는 비단 이불은 온기 없이 차가웠다. 그녀는 오늘 경찰이 자신을 심문하면서 했던 엄한 말과 아버지 임문정의 노기어린 의심의 눈빛을 떠올리며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만약, 그가 잡혀서 법의 처벌을 받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혹시라도 그가 자신을 폭로할지도 몰랐다. 그러잖아도 그녀는 이미 충분히 평판이 나쁠 때로 나빠 있었다. 청순미녀에서 수치스러운 여자로 추락했으며 수양딸에서 하숙인으로 전락했다. 그녀는 연예계의 인기스타와는 이미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였다. 어쩌면 복귀할 기회는 이제 정말 영영 사라 진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녀가 중대한 범죄자를 숨기고 그와 관계까지 가졌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녀는 평생 숨어 지내야 할지도 몰랐다. 가장 큰 문제는 그녀가 임씨 집안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녀는 이제 정말 주인 없는 떠돌이 개처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초라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절대 그녀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그 비참한 장면을 생각하자 영은은 너무 분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은이 방에서 대책을 간구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미자 아주머니였다. “영은 아가씨, 지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문 대표님과 큰아가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