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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이제, 원아의 머리카락만 구하면 돼

사립 탐정이 떠난 후에도 영은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멍하니 앉아 식어버린 커피잔만 만지작거렸다. 팔을 꼬집어 보았다. 통증이 느껴졌다.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담긴 종이 뭉치가 번 듯이 놓여 있었다. 비로소 영은은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며, 현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자신이 임씨 집안의 딸이 아니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양부모님의 친딸이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생각은 더더욱 해본 적이 없었다. 이제 자신은 찬밥 신세가 된 것 같았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소남을 떠올리니 마음이 괴로웠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작은 관심만 준다 해도 만족할 것 같았다. ‘너, 원아…….’ 영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현재 원아는 비천한 신분이야. 그런데도 소남은 원아를 감싸고 돌아. 만약, 정말 원아가 양부모님의 친딸이라도 된다면, 모든 사랑과 관심이 원아에게 쏠리겠지? 자식 사랑이 애틋한 어머니가 친딸을 만나게 되면 과연 어떨까? 머지않아 원아가 임씨 집안의 딸로 인정받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가짜 딸인 나는 틀림없이 버림받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영은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일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 거야!’ …… 임씨 고택. 영은이 집에 돌아와 엄마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보통 요가를 하고 있을 시간이라 서둘러 요가실로 갔다. 예상대로 주희진은 요가 연습 중이었다. 오십에 가까운 나이에도 유난히 피부와 혈색이 좋은 희진은 세월을 비껴가는 듯했다. 흰색 요가복을 입은 희진의 몸은 잘 관리되어 있었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은 완벽한 몸매였다. 희진은 보통 사람들이 하기 어려워하는 어려운 동작을 곧잘 해냈다. 영은은 속으로 감탄했다. 만약, 실제 나이를 알지 못한 상태였더라면, 서른 초반의 우아한 여인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희진은 유연했고 아름다웠다. “엄마.” 영은이 조그맣게 희진을 불렀다. “엄마는 갈수록 젊어지고 있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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