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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진아연은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 여자가 살아있다면 자신은 지금 제삼자인가? 만약 그 여자가 죽었다면 자신은 지금 그 여자의 대체품일 뿐인가? 전자든 후자든 마음이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연이 넋을 잃고 있는 동안 박시준 역시 다른 생각에 잠겼다. "진아연, 박우진의 어디가 좋은지 말해봐!" 그는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담배 케이스를 꺼냈다. "난 더 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아요." 아연의 목소리는 조금 우울했다. 방금 전의 대화가 없었다면, 그녀는 계속하여 박우진 얘기로 그를 화나게 했을 것이다. 비록 아주 유치한 행동이지만. 하지만 박시준은 매번 작은 일로 그녀에게 성질을 부렸다. 그녀는 무언가로 반격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루저인 걸 알고 나니 싫어진 거야?" 그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꼈으나 불은 붙이지 않았다. "당신 눈에는 돈밖에 안 보이죠?" 아연이 그에게 되물었다. "박우진이 나 좋다고 쫓아다닐 때 매일 제게 시를 써줬어요. 주말마다 저를 데리고 미술 전시회와 음악회를 보러 갔고요. 우리가 나눈 얘기도 전부 다 아름다운 것들에 관한 거였어요…" "아름다운 것들? 터무니없는 것들이겠지! 대가리에 든 게 여자밖에 없으니 사업이 그렇게 망하는 거야." 시준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런 아름다움은 어리석고 부질없어!" "박시준씨, 당신은 그럼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성숙하고 성공했나요? 난 열다섯 살 때는 잘생긴 남자애를 좋아했고, 열여섯 살 때는 성적 좋은 남자애를 좋아했어요. 열일곱 살 때는 농구 잘하는 남자애가 좋았고, 열여덟 살 때는 재능 있는 남자애가 좋았죠…" "난 박우진을 좋아했었어요. 지금 그를 얼마나 싫어하든 전에 있었던 일들이 모두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어요." "닥쳐!" 박시준의 손가락 사이에 있던 담배는 두 동강이 나 있었고 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맴돌았다. "네 방으로 들어가!" 진아연은 빨간 입술을 오므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방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너무 배고파서였다. 그녀는 다이닝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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