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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0장

그의 말에, 진아연은 순식간에 경계심이 무너졌다. “그 시체 구덩이 지금 어디 있어요?!” 그녀가 흐느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박시준 역시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다시 소파에 앉혔다. “내가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했어.” 그가 그녀의 곁에 앉아, 가까이에서 그녀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진 아연, 현이의 일 외에 지금 내가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밤새도록 생각해 봤어. 당신이 만난다는 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림자처럼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건지. 두 사람이 정식으로 만나기로 했다면, 왜 그 사람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는 건지.” “박시준 씨, 당신이 내 부모에요? 내가 연애하는데 왜 당신한테 그 사람을 보여줘야 해요?” 그녀가 재빨리 감정을 조절하며 그의 말에 반박했다. “우리가 이제 더 이상 가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구이긴 하잖아? 친구 사이에 보여주지 못할 게 뭐 있어?” 박시준이 한발 물러나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을 직접 보여주지 않을 거면, 그 사람 사진이라도 보여줘!” “사진 같은 거 없어요.” 그녀가 딱 잘라 대답했다. “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잖아요.” “그럼, 그 사람 혹시 왜소증이야?” “박시준 씨, 이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에요. 왜 이렇게 계속 캐물어요?” 진아연이 깊게 심호흡하며 말을 이었다. “난 남자친구를 고를 때 얼굴도, 몸매도 보지 않아요. 그 사람에게 장애 여부도 상관하지 않죠. 심지가 굳고 나와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면 돼요.” 진아연의 대답은 박시준의 추측을 증명한 셈이었다. 빌리는 정말로 강민이 말한 그대로인 것이었다! ”그가 가진 돈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가 붉어진 두 눈으로 폭언을 퍼부었다. “그런 게 아니라면,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도대체 당신이 왜 그런 남자를 만나는 건지! 듣자 하니 그 사람은 못생기고 장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상한 취미까지 있다고 하던데!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난 왜 당신한테 그런 취미가 있는 줄 여태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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