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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말을 마친 도우미는 자리를 떠났다. 차수현은 침대에 누운 온은수를 바라보며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쑥스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그의 옷을 천천히 벗겼다. 온은수는 비록 혼수상태에 빠져있지만 그의 몸매는 여전히 완벽했다. 교통사고 때 남은 상처 외엔 근육 라인도 완벽하고 몸매도 늘씬하여 거의 조각상 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차수현은 수건을 적시고 그의 피부를 구석구석 닦아주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속옷을 벗기려 하니 차마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엔 좀 전에 도우미가 했던 말만 맴돌았다. 만약 온은수가 끝까지 깨어나지 못하면 그녀는 온씨 일가를 상속받을 후계자를 낳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낳으란 거지? 아니 비록 다부진 몸매에 근육도 완벽하다 지만...” 차수현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다가 마치 어린 소녀라도 된것 것처럼 부끄러워 줄행랑을 쳤다. 그녀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온은수가 주먹을 꽉 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화장실로 달려간 차수현은 찬물로 세수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다만 얼굴을 씻으면서도 좀 전의 이상했던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아까 못다한 일을 도저히 마무리할 수 없어 얼른 온은수의 옷을 입혔다. 곧 밤이 깊어졌다. 종일 바삐 보낸 차수현도 피곤함이 몰려와 몸을 움츠린 채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새벽에 조금 추워 온은수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따뜻한 온기를 느낀 그녀는 서서히 잠이 들었다. …… 온은수는 마치 꿈을 꾼 것만 같았다. 꿈속에서 그는 또다시 불타올랐던 그 날 밤으로 돌아갔다. 품에 안긴 여자는 여전히 수줍음이 많았고 아름다운 모습이 그를 미치게 했다... 차수현은 새벽에 숨이 막혀 잠에서 깼다. 눈을 뜨고 보니 한 남자의 품에 꼭 안겨 있었고 언제부터인지 옷도 풀어 헤쳐져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차수현은 소스라치게 깜짝 놀랐다.. 설마 누군가 온은수가 식물인간이 된 걸 알고 몰래 들어와 그녀를 겁탈한 걸까? 그날 밤 괴로웠던 기억이 또다시 그녀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차수현은 그 사람을 힘껏 뿌리치곤 휘청거리며 밖으로 달려갔다. “사람 살려요!” 겁에 질린 그녀는 밖으로 달려나가 큰소리로 외쳤다. 고요한 밤에 그녀의 인기척을 들은 온씨 일가의 사람들이 저마다 잠에서 깼다. 온회장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걸어오더니 옷도 풀어 헤쳐지고 머리도 헝클어진 차수현이 떡 하니 서 있는 걸 보자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이제 고작 합방한 지 하루만인데 왜 이렇게 요란스러운 거야? 너도 결국은 내 아들이 식물인간이라고 꺼리는 거야?’ “무슨 일이야? 한밤중에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차수현은 온회장을 보자 마음이 한결 안정됐다. “방에 사람이 있어요. 누가 언제 쳐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온회장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온씨 일가는 줄곧 보안이 철저하고 온은수가 사고를 당한 이후론 파리 새끼 한 마리도 날아 들어오지 못한다. 그가 이제 막 수현을 혼내려 순간 뒤에서 차가운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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