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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창백한 얼굴에 두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잘생긴 외모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는 정신을 잃은 게 아니라 동화 속 왕자님이 깊은 잠에 빠진 것만 같았다. 차수현은 비록 잘생긴 얼굴에 쉽게 빠져들지 않지만 그런 그녀도 온은수를 몇 번 이고 몰래 훔쳐봤다. 그러던 중 온은수의 창백한 손등에 수많은 바늘 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상처들을 보며 그녀는 문득 수년간 고통에 시달려온 엄마가 생각났다. 온은수처럼 완벽한 남자는 사고만 아니였다면 모든 여자의 로망이자 가질 수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되지만 않았다면집에서 내쫓긴 차수현에게 좋은 혼사가 이뤄질 리 없었다. 두 사람은 동병상련의 가여운 처지였다. 이렇게 생각한 차수현은 온은수가 가엽게 느껴져 점차 부드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온회장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물끄러미 지켜봤다.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도 진실된 표정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만약 온은수를 귀찮게 여겼다면 그 순간 표정도 절대 숨겨질 리가 없다. 온회장은 차수현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은수에 관한 일은 너도 이미 들었을 거야. 이 결혼을 원치 않으면 지금이라도 얘기해. 널 강요하진 않을 테니까. 다만 결혼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나중에 후회 해서는 않됀다.” 차수현은 고개 돌려 온회장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이미 결정했어요, 온회장님. 후회 같은 거 절대 안 해요. 앞으로 은수 씨의 아내로서 열심히 보살필 거예요.” 그날 갑작스럽게 첫 경험을 빼앗긴 후 차수현은 사랑에 대한 로망이 없어졌다. 하여 그럴 바엔 이곳에 남아 온은수를 보살피기로 했다. 적어도 이렇게 하면 엄마가 최상의 치료를 받을 테니까. 온회장은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았다. 진심 어린 그녀의 눈빛에 온회장도 드디어 경계심을 풀었다. “네가 원한다면 됐어. 이제부터 넌 은수의 아내로서 일상생활을 모두 책임져야 해. 이따가 상세하게 가르쳐줄 사람이 올 거야.” 말을 마친 온회장은 자리를 떠났다. 곧이어 온회장의 분부대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한 사람은 치료사이고 다른 한 사람은 평소 온은수를 책임지고 보살피는 도우미였다. 차수현은 우선 치료사와 함께 마사지법을 배우며 온은수의 팔다리 근육을 주물러주었다. 얼추 비슷하게 배운 후 도우미가 그제야 물과 수건을 가져오며 말했다. “사모님, 앞으로 도련님의 몸을 닦는 일은 사모님께 맡길게요.” 내가 몸을 닦아야 한다고? 차수현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병상에 누운 온은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럼 이 사람 벌거벗은 몸을 내가 봐야 하잖아?’ 차수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여 볼까지 빨개졌다. 이를 본 도우미가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에요. 앞으로 도련님을 위해 아이도 낳아야 하니 미리 익숙해지는 것도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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