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화
그날 자신을 여기로 데려온 이후로 이 남자는 한 번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수현은 오만하고 도도한 그가 자신처럼 뻔뻔하고 비천한 여자한테 마음이 갈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도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윤찬이 이렇게 은수를 데려올 줄 몰랐던 수현은 남자가 깨어나서 자신한테 화라도 낼까 봐 두려웠다.
수현은 은수의 핸드폰을 꺼내 잠시 생각하다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온가네 사람들은 지금 그녀를 무척 싫어하고 있었으니 은수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면 아마도 그녀가 다시 은수를 꼬시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럼 그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수현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하게 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무진밖에 없었다.
무진은 은수가 전화한 것을 보고 건들건들하게 받았다.
"왜 그래, 은수야. 웬일로 나한테 전화했대?”
“육무진 씨, 나 차수현이에요. 온은수 씨 지금 술에 취했는데, 와서 그를 좀 데려갈 순 없나요?"
수현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여자의 목소리에 무진은 귀를 쫑긋 세웠다.
"은서가 취했다고요? 그럴 리가요. 근데 이거 어쩌죠, 나 지금 외지에 출장 중이라서 거기로 갈 수가 없어서요. 그냥 차수현 씨가 좀 돌봐줘요!”
“그럼 믿을 만한 친구라도 좀 찾아줄래요?”
“그게, 그 사람들은 이미 결혼해서 한밤중에 술 취한 사람을 데리고 집에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죠. 그러니까 차수현 씨가 이번 한 번만 수고 좀 해줘요.”
무진은 핑계를 가득 대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무진은 은수의 좋은 친구로서 당연히 은수가 이미 차수현한테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은수는 죽어도 인정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은서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은수의 행복을 위해 무진은 갖은 핑계를 대며 그를 수현에게 떠넘겼다.
남녀 단둘이 한 방에서 함께 지내고, 은수는 또 술에 취했으니 이는 마침 그들의 감정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었다.
수현은 아무도 은서를 데려갈 수 없는 것을 보고 그냥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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