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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미 사람을 시켜 CCTV를 확보했는데... 한 달 전 영상이라 호텔 쪽에서 싹 다 지웠대요.” 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그날은 그가 직접 돌아가 사람을 찾으려 했는데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요 며칠 윤찬이 믿고 있는 몇몇 사람들도 회사 주가를 유지하며 딴 사람들이 빈틈을 노리고 공격하는 걸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여 그날 일을 조사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 온은수도 그런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계속 조사해. 일말의 단서도 놓쳐서는 안 돼.” 온은수의 지시에 윤찬은 알겠다며 대답을 하곤 곧장 자리를 떠났다. 온은수는 업무를 다 처리한 후 서재에서 나오다가 마침 병원에서 돌아온 차수현과 마주쳤다. 차수현은 어젯밤에 잠을 설쳤고 또 아까 길에서 흐느끼며 우느라 몸이 엄청 피곤했다. 그녀는 얼른 조용한 곳을 찾아가 마음을 달래고 싶었지만 문을 열자마자 온은수와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온은수는 빨개진 그녀의 눈동자를 보더니 생각에 잠겼다. ‘이 여자 엄마 보러 간다더니 딴 사람한테 하소연하러 간 거야 뭐야?’ 어젯밤에 그의 요구를 들어준 것도 전부 연기한 거였나?. 그녀는 결국 돈이나 밝히는 여자에 불과한 건가? 온은수는 싸늘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왜? 아침까지 집에서 뻔뻔스럽게 연기하더니 너무 빨리 본성이 드러난 거 아니야? 그새를 못 참고 누굴 찾아가 하소연 이라도 한 거야?” 차수현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시킨 일은 전부 최선을 다해 맞춰준 그녀였다. 단지 슬픈 일이 생각나 마음이 속상한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그녀의 마음을 후벼 팔 필요가 있을까? 그녀는 자기 처지를 생각하며 서운한 마음을 꾹 참았다. “미안해요, 은수 씨. 엄마를 만나서 조금 감격했을 뿐 은수 씨가 말한 그런 거 아니…….” “네가 뭘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온은수는 귀찮다는 듯 그녀의 말을 잘랐다. “이 말만 기억해. 나와 결혼한게 속상하고 억울해도 꾹 참아. 여기저기에 소문내고 다니지 마. 그리고 집에서 울상을 짓고 있는 얼굴 보고 싶지 않아. 밖에서 들려오는 불필요한 소문도 원치 않고!” 말을 마친 그는 매정하게 자리를 떠났다. 차수현은 제자리에 서서 주먹을 꽉 쥐었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이 남자는 대체 왜 이렇게 제멋대로 막무가내인 걸까? 그녀는 결국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참으며 침실로 돌아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아 결국 종이와 펜을 찾았다. 그녀는 쪽지를 써서 밖으로 나갔다가 마침 온은수에게 커피를 보내는 도우미와 마주치자 쟁반에 쪽지를 내려놓았다. 온은수는 서재에서 한창 서류를 확인하다가 커피를 건네 받으며 쪽지를 발견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쪽지를 열어보았는데 깔끔한 글씨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은수 씨는 외모도 출중하고 배우신 분이 전 돈 때문에 라도절대 당신과 결혼한 거서운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러니까 항상 자신감을 잃지 마시고 함부로 절 비하하지도 마세요.” 온은수는 이런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비난 받은 적이 난생처음이었다. 그는 화를 낸 게 아니라 오히려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여자 마냥 나약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고슴도치였어. 누가 툭 치면 뾰족한 가시로 가차 없이 찔러버리잖아.’ 그는 문득 차수현의 행방에 관심이 생겨 휴대폰을 꺼내 윤찬에게 전화했다. “그 여자 오늘 어디 다녀왔는지 알아봐봐.” 윤찬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곧바로 눈치를 챘다. 온은수가 말한 그 여자는 아마 대표님의 부인일 듯싶었다. 그는 차수현의 오늘 행방을 발 빠르게 조사하여 온은수에게 문자로 보냈다. 온은수는 문자를 확인했는데 그녀는 오늘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갔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밖에 따로 다녀온 곳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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