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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황현숙이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가서 쉬어.” 정라엘이 떠나고, 황현숙은 대뜸 강기준을 욕하기 시작했다. “왜 돌아왔어. 당장 안 나가?” 강기준은 미안한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황현숙은 그제야 말투가 부드러워지는 듯했다. “너의 사과가 필요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라엘이야.” “그러니까요. 도련님께서 아름 씨를 안고 떠났을 때 쓰러진 어르신을 돌본 사람은 사모님이에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사모님이 친손주인 줄 알겠어요.” 박순재가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하자 강기준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라엘이를 밀쳐내는 바람에 테이블에 허리가 부딪혔잖아. 아프다고 말하지 않으면 정말 안 아픈 줄 알았어?” “도련님, 양심이 있으셔야죠. 어떻게 사모님을 그렇게 괴롭힐 수 있어요?” 황현숙과 박순재는 한마디씩 주고받으면서 강기준을 탓하고 있었다. 강기준은 정라엘이 사라진 방향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할머니, 괜찮으신 걸 확인했으니, 저도 방으로 들어가 볼게요.” 황현숙은 떠나가는 강기준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라엘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기준이는 왜 정아름 같은 애한테 홀린 걸까요?” “어르신, 아까 어르신이 잠결에 도련님 이름을 부르시길래 사모님께서 병원에 가서 도련님을 직접 데려왔잖아요. 어르신과 도련님 사이가 멀어질까 봐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몰라요.” 정라엘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황현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엘이는 어릴때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고, 기준이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예요. 라엘이도 기준이가 그런 사람인 걸 알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남달랐던 강기준은 매너 있고, 교양 있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정아름을 끔찍이 생각하는 것만 봐도 알수 있었다. 정라엘도 그가 그런 사람인 걸 알고 좋아했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자꾸만 상처받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은 언젠가 사모님을 사랑하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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