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장
배소윤 역시 건장한 남자의 욕설을 들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진도준을 바라보았다.
진도준의 차가운 얼굴이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의 얼굴에는 의외로 소년다운 느낌이 묻어 있었다.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겼지만 사실 그녀와 같은 이제 겨우 대학교 1학년인 어린 나이였다.
그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었다.
배소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그러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진도준이 그녀를 놓아주고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물건 두고 갔어.”
그가 그녀의 선물 꾸러미를 들어 올렸다.
“아니야. 이건 아주머니께 드리려고 준비한 거야. 그리고 날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러나 진도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선물을 든 채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배소윤도 재빨리 따라갔다.
진도준은 그녀를 이끌고 어두컴컴하고 눅눅한 골목을 벗어나 큰길로 나왔다. 그는 손을 들어 택시를 세운 뒤 뒷좌석 문을 열어 선물을 실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가. 앞으로 다시 오지 마. 네 마음만 받을게.”
진도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마지막 말에는 미묘한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그 순간 배소윤의 마음 한구석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는 술 취한 남자 앞에서 그녀를 여자 친구라며 감싸주었다. 말없이 앞장서서 어두운 골목에서 데리고 나와 택시까지 태워주었다.
진도준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녀를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얘는 혹시 나를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조수혁은 단 한 번도 그녀의 안전을 걱정한 적이 없었다. 그의 눈에 배소윤은 그저 못생긴 여자였기에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거라 여겼다.
배소윤은 얌전히 차에 올라탔다.
“도준아, 잘 가.”
진도준이 뒤돌아서 걸어가자 배소윤은 창가에 기대어 몰래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골목 모퉁이를 돌아섰고 차가운 실루엣은 금세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졌다.
..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